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입지로 보르네오·술라웨시 유력 거론

입력 2019-05-02 11:12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 입지로 보르네오·술라웨시 유력 거론
"현실성, 실효성 의심" 지적도…열쇠 쥔 하원 반응 주목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정부가 인구과밀과 난개발에 따른 문제 때문에 수도 이전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새 수도의 입지가 어디로 정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일간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가장 유력한 입지로는 인도네시아령 보르네오섬 칼리만탄과 술라웨시섬이 꼽힌다.
국립 인도네시아 학술원(LIPI) 소속으로 지난 4년간 정부의 수도 이전 관련 논의에 동참해 온 인구 전문가 헤리 요가스와라는 중앙 칼리만탄주와 남(南)칼리만탄주, 동(東)칼리만탄주, 남(南)술라웨시주 등 네 곳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특정 시·군이 후보로 언급되는 단계는 아직 아니지만,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건국 초기부터 새 수도로 거론됐던 중앙 칼리만탄주의 주도 '팔랑카라야'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헤리는 "팔랑카라야도 논의가 됐다. 1950년대 수카르노 전 대통령이 수도 이전을 목표로 그 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팔랑카라야는 지진 피해 우려가 작은 등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시한 새 수도의 입지조건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각료회의에서 자바섬 이외 지역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정부 내부에선 새 수도의 입지는 지진과 쓰나미, 홍수, 산불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자마다대학(UGM) 소속 지질학자 누그로호 이맘 세티아완은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 남부 지역에선 지각판의 섭입으로 인해 화산과 단층 활동이 나타나지만, 팔랑카라야는 활화산이나 단층대가 존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책연구기관인 국가개발기획원(Bappenas)은 입지가 결정돼 관련 인프라가 갖춰지면 공무원 11만1천∼19만5천명과 가족 등을 먼저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수도 이전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요 예산은 약 323조∼446조 루피아(26∼36조원)로 추산된다.
이후 자카르타는 경제중심지로서만 역할을 하게 된다.
자카르타는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고층건물 급증 등의 영향으로 매년 평균 7.5㎝씩 지반이 내려앉는 바람에 도시 면적의 40%가 해수면보다 낮아졌다. 차량 주행속도가 시속 8∼9㎞에 불과할 정도로 도로정체도 심하지만, 행정기관들이 새 수도로 이전하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란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런 계획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인도네시아 트리삭티대학의 도시계획 전문가인 니르워노 조가는 과거 정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수도 이전 계획이 용두사미로 끝나 더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지를 정하는 데만 5년 이상이 걸릴 수 있고 그때쯤이면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다음 정권이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정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면서 자카르타가 겪는 문제를 해결할 시기만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니스 바스웨단 자카르타 주지사도 "자카르타 인구에서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불과하다"면서 "(수도 이전을 해도) 교통 체증 등 문제는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하원이 수도 이전을 승인할지도 문제다. 지난달 17일 치러진 총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 연합은 표본개표(quick count) 결과 무난하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수도 이전과 관련해서는 여당 연합 내 각 정당의 입장이 상이할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 헌법 전문가 비비트리 수산티는 "수도를 이전하려면 하원의 지지가 필요하다"면서 "자카르타를 특별수도지역으로 규정한 법을 개정해야 하고, 수도 이전을 위한 예산 편성도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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