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시스템'·'검정 유니폼' 부활…1990년대 영광 재현 시동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잘 나갈 때마다 동반어처럼 함께 등장하는 단어가 '신바람'과 'DTD'다.
신바람이 LG를 상징하는 긍정적인 용어라면 DTD는 그 대척점에 있는 부정적인 낱말이다.
어차피 (순위가)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own Team is Down)는 이 말은 초반 반짝하다가 시즌 농사를 용두사미로 마치는 팀을 가리키는 격언처럼 굳어졌다. LG는 DTD의 대명사였다.
LG가 1일 kt wiz를 따돌리고 7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2위로 뛰어올랐어도 DTD 전례 탓인지 야구팬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러나 토종 1선발 투수, 마무리, 외국인 타자 등 팀의 근간을 이루는 세 명이 빠진 상황에서 올린 성적임을 고려하면 LG의 행보가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을 알려준다.
타일러 윌슨, 케이시 켈리에 이어 3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한 임찬규(27)는 왼쪽 엄지발가락 미세 골절로 지난달 중순 1군에서 빠졌다.
마무리 투수 정찬헌(29)과 이방인 거포 토미 조셉(28)은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차명석 LG 단장과 구단 전력분석팀은 주축 선수 3명의 이탈로 4월까지 승률 5할만 거두면 성공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LG는 이런 예상을 훌쩍 넘어 1일 현재 20승 11패를 올려 승률 5할에서 9승을 더 챙겼다.
주전 공백을 느낄 수 없었고, 팀의 결속력은 더욱 나아졌다.
안타를 치고 누상에 나간 선수와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이 서로 즐겁게 손을 흔드는 '안녕 세리머니'는 잘 나가는 현재 LG 분위기를 보여준다.
LG 지휘봉을 잡은 지 2년째인 류중일 감독과 선수단의 케미스트리도 점점 좋아지는 중이다.
군 의장대 출신 채은성(29)과 김용의(34) 두 베테랑이 공수에서 조셉의 빠진 자리를 채웠다.
정찬헌의 빈자리는 차기 소방수 고우석(21)에게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빠른 볼을 대포알로 꽂는 고우석은 벌써 3세이브나 챙겼다.
임찬규 자리에 들어가는 백전노장 좌완 장원삼(35)은 2일 LG 데뷔전을 치른다.
차 단장은 "완전체가 아닌 상태여서 아직 팀에 불안 요소가 많다"며 "KBO리그엔 워낙 변수가 많기에 시즌 100경기를 치를 때까진 순위를 안심할 수 없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시즌 전 부상 선수들이 나올 것을 미리 대비했기에 큰 공백 없이 정규리그를 치르고 있다"며 "이미 예상보다 9승을 더 쌓은 만큼 이번 달엔 지금 위치에서 5할 승률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조셉은 2일부터 수비 훈련을 시작해 조만간 라이브 배팅과 2군 실전을 뛴 뒤 1군에 복귀할 참이다.
1일 퓨처스(1군)리그에 등판해 공 57개를 던진 류제국은 이달 말 1군 등록을 목표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두 선수에 투수 김대현도 가세하면 LG 전력은 완전체에 가까워진다.
LG가 상승세를 타면서 올해 구단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복고 바람'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LG는 1990년대 강팀으로 군림한 시절 원정 경기 때 입은 검은색 바탕으로 상의 유니폼을 8년 만에 재도입했다.
홈 개막전에서 1994년 트윈스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김용수가 던지고 김동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공을 받았으며 유지현 수석코치가 시타를 한 것도 팬들의 복고 감성 자극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차 단장은 이런 복고 감성의 최종 지향점이 팬이 아닌 LG 트윈스 구단으로 향한다고 강조했다.
차 단장은 "1990년대 LG는 야구단 프런트, 선수단 운영 등 여러 부분에서 선진 구단이었다"며 "구단 직원들부터 그런 과거의 자부심을 되새기고 시스템을 복원해 팀을 이끌자는 취지에서 복고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투수와 불펜, 마무리 투수를 명확하게 규정지어 체계적으로 마운드를 운용하는 이광환 전 감독의 스타시스템을 21세기에 맞게 다시 재도입한 것도 과거 영화를 재현하기 위한 조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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