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생취의 결기"…민주 "개혁입법 딴지에 국민 분노"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도 삭발
'해산심판청구' 통진당 집단삭발 이후 5년 6개월만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이슬기 이동환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일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발해 집단 삭발했다.
지난달 30일 박대출 의원이 스스로 머리를 민 데 이어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이날 삭발식에는 당초 김 의원 등 10여명의 국회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회의원 4명만 참여한 데 대해 김 의원은 "앞으로 2차, 3차에 걸쳐서 릴레이식으로 삭발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희경 대변인은 삭발식에서 "한국당의 삭발식은 폭주하는 거대 권력의 횡포에 맞서는 비폭력 저항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비폭력 저항 상징" 집단삭발 / 연합뉴스 (Yonhapnews)
국회의원의 집단 삭발식은 지난 2013년 11월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에 반발한 통합진보당 소속 의원 5명의 집단 삭발 이후 5년 반만이다.
앞서 2010년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계획 수정에 항의한 자유선진당 소속 충청권 의원 5명, 2007년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한나라당 의원 3명,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반발한 민주당 설훈 의원 등의 삭발이 있었다.
김태흠 의원 등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흰색 셔츠 차림으로 삭발에 임했고, 10분가량 삭발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당 당원·지지자 50여명은 애국가를 합창했다.
김 의원은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은 이 정권이 좌파독재의 길로 가겠다는 선언이자, 좌파독재의 고속도로를 만든 것"이라며 "오늘 삭발식은 사생취의(捨生取義·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결기로 문재인 좌파독재를 막는 데 불쏘시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한국당 '삭발 1호'인 박대출 의원은 "이제 작은 비폭력 저항의 표시인 물방울이 6개나 모였다"라며 "작은 물방울이 강줄기를 이루고 큰 바다를 만들어서 헌법을 파괴하고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저들을 집어삼키기를 희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수 충남도당 위원장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현장에 제 머리카락을 바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날 공식행사가 끝난 뒤 지난 2·27 전당대회에 청년최고위원으로 출마했던 김준교 씨도 삭발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집단 삭발식을 비롯한 대여 강경 투쟁 기조에 여야4당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당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등 산적한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한 채 장외에서 지지층 결집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한국당은 '가출정치'를 그만하고 이제 국회로 복귀하기 바란다"며 "툭하면 개혁 입법에 딴지를 거는 한국당의 행태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는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지금이 삭발하고 장외투쟁할 때인가. 국민들의 세금은 '장외투정' 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의 민생을 빙자한 내년 총선 대비 선거운동이 아니라면 국회투정, 장외투정은 'STOP'"이라고 비꼬았다.
정의당 한창민 부대표는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단식과 삭발은 사회적 약자가 기득권에 저항하는 숭고한 저항수단이지, 배부른 정당의 어설픈 퍼포먼스 소재가 아니다"라며 "쇼를 끝내지 않는다면 '여의도 회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며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처럼 빨리 (국회 복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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