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 고수 바닷물고기 해마…정력제로 여겨져 멸종위기 직면
수산과학원, 빅벨리 해마 양식 성공…산업적 가치 연구 중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신 포세이돈 마차를 끄는 명마(名馬) 히포캠프(Hippocamp)란 괴물을 아시나요."
히포캠프는 상반신은 말, 하반신은 물고기 모습인데 신화 속에선 강인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를 시호스, 즉 해마(海馬)라고도 부른다.
이 신화 속 괴물과 똑같이 생긴 생물이 바다에 실제로 존재한다.
하지만, 신화 속 괴물의 바닷속 실존 모습은 애처롭기 그지없다.
30㎝까지 자라는 종도 있지만, 해마의 평균 몸길이는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처럼 조그만 녀석이 신화 속에서 힘을 상징하는 포세이돈 마차를 끌며 거센 파도를 평정하는 존재로 묘사됐다니 다소 의아스럽다.
여하튼 신화에 등장할 만큼 해마처럼 신비한 바다생물도 드물다.
가시해마, 복해마, 산호해마, 진질해마, 점해마 등 수많은 종류가 있다. 최근에도 우리 소안도 바다에서 신종해마 2종이 수집되는 등 세계 각국 바다에서 신종해마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긴 주둥이, 튀어나올 듯한 눈, 굽은 등, 돌돌 만 꼬리 등 그들만의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놀라운 건 이 친구도 바닷물고기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실고기목, 실고기과 생물로 분류된다.
아열대 바다에 주로 사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서식한다.
더 놀랍고 신기한 점은 수컷 해마 꼬리 배 쪽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육아낭이 있다는 점이다.
그 육아낭에서 알을 부화시킨다.
암컷이 수컷 육아낭에 알을 집어넣으면 수컷이 자신 몸에서 2주 만에 알을 부화시키고, 새끼가 독립할 때까지 뱃속에서 키운다.
아빠가 임신과 출산은 물론 육아도 책임지는 셈이다.
45도 각도로 바닷속을 다니는 것도 이채롭다.
머리를 위로, 꼬리는 아래로 하고서는 등에 붙은 아주 작은 지느러미를 움직여 이동한다.
해마는 평생 한눈팔지 않고 일부일처로 산다.
1년에 3∼4세대까지 번식, 할아버지 해마와 손주 해마가 뒤섞여 산다.
깨끗한 곳에서만 살고, 카멜레온과 견줄 만큼 변신에 능한 점도 신비롭다.
이처럼 신비로운 해마는 탐욕스러운 인간들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남획을 막고자 국제적인 보호 조치(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무역거래에 관한 국제 협약)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멸종위기에 직면해있다.
본초강목에 해마의 난산 치료 및 보신 효과와 관련한 언급이 있다고 한다.
실제 중화권에서 해마를 천연정력제 하나로 여기고 있어 해마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도 중화권 보신 문화가 무관치 않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소화제 원료로 이용하기도 하는데 최근 들어서는 많은 이들이 관상용으로 해마를 선호한다.
해마는 국립수산과학원 캐릭터의 모태이기도 하다.
수과원을 찾으면 개관 20주년인 2017년 과학원 광장에 설치한 해마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수과원은 호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빅벨리 해마(Bigbelly seahorse)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해마 중에서 대형으로 분류되는 빅벨리 해마도 멸종위기종이다.
수과원은 양식 성공에 이어 관상용 가치 외에 해마의 산업적 가치를 찾고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과원에 따르면 빅벨리 해마는 뼈와 관절에 좋고 뇌 기능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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