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가요박물관 '박시춘' 친일 갈등 확산…독립운동단체 반발

입력 2019-05-02 14:33  

밀양가요박물관 '박시춘' 친일 갈등 확산…독립운동단체 반발
55개 단체 "1급 친일파 선양 취소하라"…시 "결정된 것 없다…추진위서 투명하게 결정"



(밀양=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독립운동가를 많이 배출해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리는 경남 밀양에서 전국 항일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친일행위를 한 작곡가 박시춘을 포함하는 가요박물관 건립 계획 백지화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회는 2일 오전 밀양시 내이동 의열박물관 앞에서 회견을 열고 "박시춘은 혈서로 일본군에 지원할 것을 독려하는 노래 '혈서지원'을 비롯해 '아들의 혈서', '결사대의 아내' 등 13곡의 군국가요를 작곡했다"며 "1급 친일파 박시춘을 선양하는 밀양가요박물관 건립계획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는 또 "박시춘은 해방 후에도 한 번의 단죄나 사죄도 없이 부와 명예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5·16쿠데타 이후 한국연예협회 회장과 예총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문화훈장까지 받았다"며 "그의 유족이 2016년 친일의 때가 묻어있는 유품 150여점을 손정태 밀양문화원장에게 기증을 약속해 오늘의 사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이어 "손 문화원장은 2008년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초대소장을 지냈고, 약산 김원봉 장군 등 수많은 독립투사 서훈신청을 주도했다"며 "그런데 2015년 말 지역신문 기고를 통해 박시춘 친일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도 모자라 박시춘 선양사업 선봉에 섰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밀양시가 관리하는 영남루 옆 박시춘 생가와 흉상·노래비 철거와 손 원장 사퇴 등을 함께 요구했다.
행사는 밀양가요박물관건립저지시민연합이 주도했다. 이 단체 장창걸 부회장 등은 독립군 복장으로 참석, 가요박물관 모형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주최 측은 연합회 소속 55개 단체가 성명에 참여했고 현장에는 30여개 단체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행사가 열리는 동안 내이동 해천독립운동 테마거리에서 대중가요발전 밀양지회, 밀양발전위원회 등 6개 단체 회원들은 별도의 집회를 열고 밀양가요박물관 건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박시춘의 친일문제를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면서도 "가요계에만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밀양 출신이 10여명에 달하며 이들은 밀양의 큰 자산이며 자랑거리"라고 밝혔다.
지지 측은 또 "일제 청산을 반대하는 국민은 없지만 잘못 접근하면 자기모순에 빠지고 미래를 잃을 염려가 있다"며 "밀양 문제는 밀양인에 맡겨야 하며,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해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밀양시는 "밀양 가요박물관이 일부에서 특정인을 위한 박물관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거듭 주장하면서 인신공격까지 해 유감"이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계속 주장하는 여론몰이를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시는 이어 "가요박물관 건립은 현재 계획단계로서 명칭, 위치는 물론 전시·기획 등 세부 방향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앞으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 방향을 투명하게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b94051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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