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성 상실해가는 소년들…'나폴리:작은 갱들의 도시'

입력 2019-05-02 16:41  

순수성 상실해가는 소년들…'나폴리:작은 갱들의 도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전주=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10대 소년들이 순수함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올해 제2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이탈리아 출신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이 영화가 2일 선보였다.
'고모라' 원작자인 로베르토 사비아노 동명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겼으며 이탈리아 나폴리를 배경으로 그곳 10대 소년들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마피아 조직들이 각자의 구역을 관리하며 서로 세력 다툼을 하는 나폴리. 니콜라 등 10대 소년 10명은 돈을 벌기 위해 어른들의 마약 밀매 사업을 도우며 마피아 세계에 발을 들인다. 돈을 손에 쥐게 된 이들은 총을 구해 어른들의 조직을 잠식하고 한 구역 실세가 된다.
니콜라는 새 스쿠터를 사고 세탁소를 하는 어머니를 위해 고급 가구를 사들이는 등 동경했던 어른 마피아들의 행동을 흉내 내기 시작한다. 이전 마피아들이 세금을 거둬들이는 관행도 폐지하고 상인들의 존경까지 받는다. 그러나 소년들 사이에서도 내분과 다툼이 일어나고, 니콜라의 어린 남동생과 친구들도 총을 들고 거리로 나서기까지 한다.
영화는 폭력에 노출된 어린 소년들이 어떻게 순수성을 잃어가는지를 보여준다. 소년들은 일말의 거부감 없이 폭력을 좇기 바쁘다. 스쿠터로 나폴리 골목골목을 거침없이 질주하는 소년들 모습은 순수성을 빠르게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마피아 보스에게 훔친 시계를 속수무책으로 빼앗기던 이들은 나중에는 총을 들고 공격하고 끝내는 살인까지 저지른다.


조반네시 감독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게임처럼 시작된 사건이 전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며 "나폴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다. 교육기관이 부재하고 아버지가 없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렸다"고 말했다.
조반네시 감독은 전작 '플라워'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다. '플라워' 역시 10대들 이야기다
그는 10대 이야기에 집중하는 데 대해 "10대들은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이 분명하지 않으며 우정과 사랑이 매우 강렬한 감정이다. 성인과 달리 사랑과 우정이 죽고 사는 것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10대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미래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8명을 뽑기 위해 비전문 배우 4천명의 오디션을 진행했다"며 "4천명의 오디션을 보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에 녹아 들어가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최 측은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함으로써 이제 막 성년이 된 영화제 역사를 뒤돌아보는 의미도 담았다.
이충직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개막작과 폐막작 모두 10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순수성을 상실하면 끝이 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영화제가 20년 동안 가지고 왔던 정신을 잃는다면 더는 좋은 영화제로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 정신을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개막작 선정 배경을 밝혔다.
조반네시 감독도 "제 영화를 유럽 외 다른 문화권에 소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 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그 나라 사람들만 본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이탈리아 감독으로는 내가 유일하게 초청됐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고 개막작 선정 소감을 전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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