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리 중 혐의 시인…CIA에서 요원 조직관리 맡아
中 위해 일한 美 내 스파이 적발 잇따라 경각심 커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에 기밀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지난해 1월 체포돼 기소된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미국 법원 심리 중 혐의를 시인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귀화한 미국 시민이자 전직 CIA 요원인 제리 춘 싱 리는 전날 미국 버지니아주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기밀정보를 모아서 이를 중국 정부에 전달한 행위에 공모했다"고 밝혀 유죄를 인정했다.
미국에서 성장해 미군에서 복무한 리는 1994년부터 2007년까지 CIA에서 근무하면서 요원 조직 관리를 맡았다. 당시 1급 기밀정보 취급 허가를 받았고, 여러 비밀유지 서약에도 서명했다. CIA를 떠난 뒤에는 홍콩에서 일했다.
리는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중죄인 간첩 행위 공모죄로 기소됐다.
이번 유죄 인정으로 리의 형량이 20년가량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를 재판부가 고려할지는 미지수이다. 선고는 오는 8월 23일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리는 2010년 4월 중국 선전에서 만난 중국 정보요원 2명으로부터 "협조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10만 달러(약 1억2천만원)의 현금을 건네받았다. 이들은 리에게 "평생 책임지겠다"는 말도 했다.
그다음 달 HSBC 은행의 개인계좌로 13만8천 홍콩달러(약 2천만원)가 전달됐으며, 이후 2013년 12월까지 수십만 달러가 추가로 입금됐다.
기소장에 따르면 중국 정보요원들은 모두 21차례에 걸쳐 리에게 기밀정보를 요구했다.
미 검찰은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미 정보원들의 신원을 확인, CIA의 중국 첩보망을 와해하는 데 리가 중요한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리가 CIA에서 요원 조직관리를 맡았던 만큼 이러한 역할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내 CIA 네트워크가 붕괴하면서 CIA를 위해 일한 20명이 체포돼 처형되거나 징역형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의 노트북 PC에는 CIA 요원들이 어디에 배치될지, 민감한 활동을 어디에서 할지 등에 관한 정보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기소장에 나타났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중국에 기밀정보를 넘긴 스파이가 잇달아 적발되면서 미국 정부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법정에 선 미국 국무부 직원 캔더스 클레이본은 중국 국가안전부 관리를 포함한 중국인 2명으로부터 현금과 항공권 등을 받고 기밀정보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CIA와 국방부에서 정보관리를 지낸 케빈 맬러리는 비밀정보를 중국에 팔아넘긴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됐고 이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 전직 국방부 관리 론 핸슨도 80만 달러를 받고 중국 첩보원들에게 정보를 넘긴 혐의와 관련해 지난달 유죄를 인정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달 26일 워싱턴 강연에서 "중국보다 더 넓고 심각한 정보수집 위협을 제기하는 나라는 없다"며 "그들은 중국 정보기관, 국영기업, 표면상의 민간기업, 대학원생·연구원, 중국을 위해 일하는 다양한 배우들을 통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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