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축제서 철거민단체 연대장터 운영 놓고 총학-단체 갈등

입력 2019-05-03 06:13   수정 2019-05-03 14:16

서울대 축제서 철거민단체 연대장터 운영 놓고 총학-단체 갈등
전철연 "30여년간 빈민연대 정신으로 운영"…총학 "정해진 절차 따라 사전신청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서울대 축제에서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가 운영하는 장터를 두고 서울대 총학생회와 전철연이 갈등을 빚었다.
서울대 총학은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장터 위치를 옮길 것을 요구했지만, 전철연 측은 이 같은 요구가 '대학생-빈민 연대'라는 선배들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라며 거부했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축제 첫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11시께 전철연은 서울대 학생회관 앞에서 철거민 운동 기금 조성을 위한 연대장터를 열기 위해 천막을 설치하려 했다.
이에 서울대 총학 관계자는 "사전 신청이 없었고, 보행자 통로를 점유하는 것은 안전상 문제가 있다"며 천막 설치를 제지했다.
대신 총학 측은 지난해 서울대 가을 축제에서 전철연이 연대장터를 열었던 문화관 앞으로 장소를 옮길 것을 요구했다.
총학의 요구를 거부한 전철연이 천막 설치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발생했고, 112신고까지 들어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도 했다.
결국 전철연은 학생회관 앞 연대장터 설치를 강행했고, 충돌을 우려한 총학 측은 전철연 연대장터를 축제 마지막 날인 2일까지 그대로 뒀다.
다만 서울대 총학은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한 외부 단체가 총학과 협의 없이 무단으로 공간을 점유하고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며 "해당 단체의 음식을 구매, 취식함에 있어 유의해주길 바란다"는 공지를 올렸다.
전철연과 서울대 동문 등에 따르면 전철연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30여년간 서울대 축제에서 연대장터를 열어 왔다. 지난해에도 올해와 비슷한 이유로 총학과 전철연 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총학 관계자는 "장터 자체를 제지한 것이 아니라 안전상 이유로 자리를 옮기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전철연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해당 자리를 고집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부 단체가 서울대 축제에서 영업하려면 사전 신청과 계약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지금까지 전철연 등 일부 단체에 관례로 특혜를 줬다"며 "앞으로는 전철연도 다른 외부업체처럼 사전 신청 등 정해진 절차를 따르도록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0여년간 서울대 축제에서 연대장터를 열어온 전철연 측은 총학의 요구가 앞선 서울대 선배들의 뜻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김소연 전철연 조직국장은 "전철연은 1987년 민주항쟁 당시 빈민·노동자 운동에 연대의 의미를 담아 서울대 축제에서 연대장터를 해왔다"며 "연대장터를 다른 외부업체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선배들의 철거민 연대 정신을 저버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kc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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