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고·경성대에서 선수 경력, 유소년 강사로 일하다 입대 대신 여자농구 입문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6월 창단식을 계획 중인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는 창단 전부터 많은 화제가 된 팀이다.
유영주 감독과 최윤아, 양지희 코치 등 코칭스태프를 전원 여성으로 꾸렸고 트레이너, 매니저도 전원 여자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달 통역 모집 공고를 냈는데 자격 조건을 여성으로 한정했다. 선수 15명은 당연히 모두 여자다.
팀에 합류하게 될 통역까지 더하면 23명이 모두 여자인 BNK에 유일한 남자 구성원이 있는데 바로 지원 스태프인 허윤성(25) 전력분석원이다.
사실 전력분석원도 여성으로 뽑을 수 있지만 유영주 BNK 감독은 "가상의 외국인 선수 역할을 하면서 훈련 파트너까지 해야 한다"며 "면접에서 인상이 워낙 좋아서 바로 결정했다"고 선발 배경을 설명했다.
허윤성 전력분석원은 BNK의 연고지인 부산 출신으로 경남중, 동아고, 경성대에서 농구를 한 경력이 있다.
키 193㎝인 허윤성 분석원은 경성대 농구부가 없어지는 바람에 최근 유소년 농구 강사로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BNK 여자농구단에 합류했다.
허윤성 분석원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3대3 국가대표 선발전 등에서 빼어난 개인기로 화제가 된 한준혁의 소개로 BNK 여자농구단에서 전력분석원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원래 입대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BNK 여자농구단에 지원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남자들만 득실득실한 군사 훈련소에 갈 뻔하다가 정반대 환경의 여자농구단에서 합숙을 하게 된 운명이다.
입대하려다가 여자농구단으로 방향을 튼 자신의 선택에 주위에서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격려해줬다고 한다.
허 분석원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많이 어색했는데 직접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하면서 저도 팀의 일원이 된 느낌이 든다"며 "여자 선수들이라 다칠까 봐 살살 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최선을 다해서 같이 부딪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BNK 팀의 특성상 나이가 더 어린 선수들이 조금 더 많다고 밝힌 허 분석원은 "감독, 코치님들이 워낙 편하게 대해주셔서 지내기에 어려운 점은 없다"고 했다.
부산은행 연수원을 숙소로 쓰는 이 팀에서 '2인 1실'이 기본 원칙이지만 독방을 쓰는 사람은 감독, 코치 외에는 자신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남자 혼자인데 어떻게 불편한 점이 없겠느냐'고 캐묻자 허 분석원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많지 않아서 그게 좀…"이라고 쑥스러워하며 "당연히 선수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저는 선수들 빨래가 다 끝난 새벽 시간대를 이용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고 말했다.
누나나 여동생이 없는 외동아들인 허 분석원은 "그래도 여자친구도 (다른 실업팀에서)농구를 하고 있어서 이해를 많이 해주는 편"이라며 "저도 입대가 늦어지긴 했지만 아주 소중한 경험인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들보다 늦은 중2 겨울방학 때 농구를 시작, 선수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그는 "제가 프로팀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이번 시즌 팀이 1승, 1승씩 채워나가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소박한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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