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노동자 승소…"경영상 어려움 단정 못하므로 신의칙 적용 안 돼"
버스회사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비슷한 판단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포함하고 이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른바 '통상임금 신의칙(信義則)'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추가로 지급할 법정수당이 회사 연 매출액의 0.1%, 연 인건비의 0.3%에 불과해, 이를 지급하더라도 기업에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김 모씨 등 한진중공업 노동자 36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회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 법정수당은 약 5억원으로 연 매출액 5조∼6조원의 약 0.1%에 불과하고, 회사가 매년 지출하는 인건비 약 1천500억원의 0.3% 정도"라고 판시했다.
이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함으로써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2012년 8월 단체협약에서 정한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므로 그에 따라 법정수당을 다시 계산해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되지 않았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칙이 이미 확립됐기 때문이다.
대신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면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상임금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은 "장기적인 경영난 상태에 있는 회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지출을 하게 됨으로써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근거가 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날 충남지역의 한 버스회사 노동자 박 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소송 상고심에서도 추가 지급해야 할 퇴직금 3천600만원은 회사 연 매출액 40억원의 0.9%에 불과하다며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2월에도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박 모씨 등 22명이 낸 통상임금소송에서도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2∼4%에 불과한 추가 법정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