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보라산에 27홀규모 골프장 추진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발

입력 2019-05-04 08:00  

용인 보라산에 27홀규모 골프장 추진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 반발
불과 30여m앞 골프장 신설예정…공사시 안전위협·소음피해 주장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아파트 베란다에서 30여m 앞 보라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려고 합니다. 시민들의 휴식처인 산이 거의 다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지난 1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벽산블루밍 아파트 106동 옥상에서 만난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주민 심재원씨는 손가락으로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인 보라산을 가리키며 "이런 곳에 골프장이 들어오려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보라산은 벽산블루밍 아파트 뒤에 위치한 해발 215m의 나지막한 산으로 용인시민들이 등산을 위해 찾는 곳이다.
그런데 2013년 보라산 소유주인 A종중이 신갈CC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시행자와 인근 벽산블루밍 아파트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A종중은 공세동 산1-1번지 보라산 111만2천㎡ 부지에 27홀 규모의 신갈CC 조성사업을 추진해 2013년 5월 용인시의 실시계획인가, 경기도의 사업계획승인을 획득했다.
그러나 이듬해 10월 대체산림자원 조성비 미납 등의 이유로 용인시와 경기도로부터 받았던 실시계획·사업계획인가가 모두 취소됐다.
이후 종중과 사업시행자가 다시 사업을 추진해 환경영향평가 협의, 경기도 지방산지관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 조건부 산지전용 허가를 받아 행정절차를 거의 마무리했다.
경기도가 조만간 신갈CC 사업승인을 결정할 예정이다.
골프장 조성사업이 재추진되자 골프장과 바로 인접한 벽산블루밍 아파트 주민들은 골프장으로 인한 안전문제, 환경오염 문제 등을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골프장 부지가 암반 지역이어서 발파 공사 시 진동과 지반균열로 인해 아파트에 심각한 구조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106동의 경우 골프장 내 실외연습장과 50∼60m로 가까워 골프공 타격으로 인한 소음피해가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골프장 직원 숙소와는 35m, 주차장과는 51m, 잔디를 키우는 모포장과는 41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지금껏 조용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생활여건이 심각하게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골프장 부지가 암반 지역으로 물이 부족해 1.3㎞ 떨어진 기흥저수지 물을 끌어와야 하기때문에 갈수기 때 농업용수 부족, 농약사용 하는 골프장 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며 골프장 허가를 내주면 안 된다고 용인시에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보라산 전체 면적의 75% 이상이 골프장 건설로 없어지게 되며,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베어지는 나무가 약 7만2천여 그루에 달한다"라며 "식생 우수지역인 보라산이 개발로 인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입을 모은다.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25일 용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종중과 사업시행자가 산지전용허가를 위해 사업부지 입목축적조사 과정에서 수목밀도가 낮은 지점을 일부 표본지로 삼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벽산블루밍아파트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 추진 소식을 알게된 2009년부터 골프장건설 반대위원회를 구성해 용인시에 건설불허를 요구해왔다.
심재원 입주자대표회장은 "골프장 주변의 다른 아파트들은 골프장 건설을 환영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주민안전과 환경파괴가 우려되는 골프장 건설을 반대한다"라면서 "용인시는 사업자를 위한 행정 대신에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하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발에 대해 골프장 사업 추진을 담당하는 종중 측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웃한 주민들의 피해 주장에 대해 충분히 협의해서 해결할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연습장 소음피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층수를 줄이고, 운영시간은 일몰 후 2시간으로 단축하며, 소음방지시설도 설치할 뜻을 주민에게 전했다"라면서 "골프장으로 인해 주민에게 가는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조만간 주민대표들과 만나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hedgeho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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