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인사 "미 군사 개입은 사태 악화시킬 것"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베네수엘라 야권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이끄는 군사 봉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데 좌절하고 있으나 니콜라스 마두로 현 정권을 몰아내기 위한 미국의 군사 개입에는 부정적 입장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마두로, 군 앞에서 건재과시…"쿠데타 음모와 싸워달라"/ 연합뉴스 (Yonhapnews)
미국이 군사 개입할 경우 본격적인 내전을 유발해 베네수엘라를 분열시킴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민초(民草) 대통령'을 자임해온 과이도 의장의 입장도 미국의 꼭두각시라는 마두로 정권의 비난에 직면해 더욱 난처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야권의 현재 입장은 비록 군사봉기에는 실패했지만, 마두로 정권이 봉기 이전보다 약화한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기존의 국내외 제재와 압력을 계속 강화할 경우 충분히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개입을 놓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백악관과 국방부 간에 토론이 벌어지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으며, 군사봉기가 실패한 후 일각에서 '양키'(미군) 개입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타도하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부는 미군이 개입하면 군부와 마두로 정권에 연계된 민병대, 그리고 범죄 카르텔 내부에 내분을 촉발하고 과이도 의장의 입장을 약화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대부분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군이 개입할 경우 사태 해결보다는 오히려 추가적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카를로스 발레로 국회의원은 WP에 비록 이번 봉기를 통해 군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지만, 야당의 힘도 드러났다면서 야권이 내부 압박을 지속할 경우 결국 상황이 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특히 마두로의 입지가 이번 무력봉기 이전에 비교해 크게 약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 지도자와 마두로 측 고위관리들이 협상해온 사실이 이번 주 드러난 데다 과이도의 직접적인 무력봉기에도 검찰이나 친마두로 성향 대법원 어느 쪽도 그에 대해 아직 체포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있으며 야권은 이를 마두로의 입지가 그만큼 약화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번 봉기를 통해 야권과 사회개혁을 열망하는 민의의 힘이 드러난 만큼 결국 군도 변화할 것이며 미국의 군사 개입 없이도 충분히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발레로 의원은 야권 지도자들이 향후 계획을 숙의 중이라면서 중산층과 상류층이 주도한 이번 봉기에서 소외된 빈곤층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그 가운데 하나라고 밝혔다. 빈곤층은 대부분 반(反)마두로 시위를 촉진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이다.
야권은 또 미국과 유럽, 기타 중남미국들과 반 마두로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발레로 의원은 덧붙였다.
봉기가 실패한 베네수엘라 향후 상황은 유동적이다.
과이도 의장은 지지자들에게 반 마두로 압박을 계속하도록 촉구하고 있지만 계속된 시위에 지치고 봉기실패에 좌절한 지지자들이 이에 얼마만큼 호응할지는 미지수이다.
수도 카라카스 시내는 이틀간의 혼란 후 정상을 되찾았지만, 또다시 유혈사태가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카라카스 소재 여론조사기관인 델포스의 펠릭스 세이하스 소장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원하는 베네수엘라인들은 5분의 1 미만이라고 밝히면서 이들은 폭력을 지지하지 않지만 절박한 현 상태에서 미국의 군사 개입을 유일한 대안(옵션)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군사 개입할 경우 베네수엘라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지만,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러시아산 무기와 쿠바 및 러시아 군사고문단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이 만약 지난 1989년 파나마 지도자 마누엘 안토니오 노리에가를 납치한 것과 같은 국지적 공격을 감행할 경우 권력 공백과 함께 내부 갈등을 촉발하고 아울러 외교적 노력을 통해 마두로 축출을 시도해온 중남미국가들의 공조를 와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마두로 정권이 반대자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이 비록 과이도 의장 본인에 대한 체포영장은 발부하지 않았으나 측근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해 레오폴르 로페스 전 카라카스 시장이 스페인 대사관으로 피신한 상황이다.
과이도 의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트럼프 행정부나 그 지지자들에 의해 '레드 라인'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만약 과이도 의장 체포에 나설 경우 미국의 개입을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