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 前부사장 소환…수사 '윗선'으로

입력 2019-05-05 07:50  

현대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 前부사장 소환…수사 '윗선'으로
2년 전 국토부가 검찰 고발…"결함 알고도 은폐 의심"
미국에선 차량 리콜하고 국내에선 무대응하다 '늑장 리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현대·기아차가 엔진, 에어백 등 차량 제작결함을 은폐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현대차 품질본부를 총괄한 당시 부사장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본격적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차량 결함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 책임이 있는 임원급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형진휘 부장검사)는 방창섭(59)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를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방 대표는 2015년부터 3년간 현대차 품질본부장(부사장)을 맡아 신차 생산 개시와 차량 결함 시 리콜 결정 등을 책임졌다. 지난해 말 자동차 엔진·변속기용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기아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의 핵심은 회사가 결함을 인지하고도 당국 조사가 있을 때까지 숨기면서 리콜 등 적절한 사후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건은 내부 제보에서부터 시작됐다.
국토부는 2016년 10월 모두 32건의 차량 결함 의혹을 현대차 내부자에게서 제보받아 조사를 벌였고, 이 중 5건을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라고 판단했다. 이듬해 5월에는 제작결함 5건에 대한 강제 리콜을 명령하면서 현대차가 결함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같은 시기 서울YMCA도 현대차가 세타2 엔진 결함을 은폐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정몽구 회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YMCA는 "현대차가 2010년부터 8년간 결함을 부인하다가 국토부 조사 결과 발표와 강제 리콜이 임박하자 세타2 엔진에 대한 자발적 리콜 계획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세타2 엔진은 그랜저와 쏘나타, K5 등 현대·기아차의 주력 차종에 탑재된 엔진이다.
검찰은 내부 제보 문건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 실무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결함 은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문제가 차량 화재 등 치명적 결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미국에선 2015년 차량을 리콜했으나 동일한 엔진이 장착된 국내 차량의 경우 문제가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차량에서도 시동 꺼짐 현상 등이 나타나면서 결함 은폐 의혹이 불거졌다.
자동차관리법은 제작사가 결함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그 사실을 공개한 뒤 시정하고, 이를 어기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 고발이 이미 2년 전 이뤄졌으나,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나선 올해 2월까지 검찰 수사는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다.
검찰은 방 대표에 앞서 현대차 품질전략실장이던 이모(60) 현대위아 전무를 소환 조사했다. 신종운(67) 전 부회장 등 당시 현대차 품질본부를 총괄한 윗선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현재 미국 검찰도 현대차의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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