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까지 함께"…60년 만에 찍는 유공자 노부부의 결혼사진

입력 2019-05-04 08:01  

"100세까지 함께"…60년 만에 찍는 유공자 노부부의 결혼사진
내달 3일 의정부서 유공자 부부 10쌍 회혼식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형님 두 분이 6·25 전쟁때 돌아가셨는데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은 어머니를 아내가 평생 잘 돌봐드렸습니다. 고마움을 담아서 꼭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싶습니다."

다음 달 3일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조금 특별한 결혼식이 열린다.
이날 의정부 웨딩플로체 예식장에 서는 10쌍은 결혼 생활을 40∼70년 이어온 국가 유공자 노부부들이다.
경기북부보훈지청이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관내 독립유공자와 후손, 6·25전쟁 등에 참전했던 국가 유공자 부부를 대상으로 사연을 조사해 이들 10쌍의 회혼식을 열어주는 것이다.
보훈지청 관계자는 4일 "따뜻한 보훈 실현으로 유공자들을 예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국가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10쌍은 대부분 광복 후 혼란스러웠던 1940년대 말∼1950년대 초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어려운 형편에 결혼식은 언감생심이었고, 신혼 때 6·25 전쟁이 나며 남편이 입대한 직후 아내가 출산을 하는 등 격랑의 세월을 함께 보냈다.
신청된 사연에는 이런 힘든 세월을 함께 보내온 배우자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가득 했다.
6·25 참전 용사인 홍모(87)씨는 "60년을 함께 하며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하다 2년 전에 쓰러졌었다"며 "결혼사진 한 장도 없던 것이 평생 한이었는데 최근 재활 치료 끝에 아내의 상태가 많이 좋아져 더 늦기 전에 집안에 멋진 결혼사진 한 장 걸어놓고 싶어 신청했다"고 말했다.
전상 군경 유공자 이모(90)씨는 "올해 90살이 되니 아내가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더 크게 들어 100세까지 쭉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 늦은 나이에나마 결혼식을 올리고 싶다"고 사연을 털어놨다.
이날 회혼식을 위해 여러 시민이 재능을 기부한다. MBC 아카데미 뷰티 스쿨과 황철승 웨딩 스튜디오에서 메이크업과 웨딩 촬영을 담당한다. 대진대학교 학군단이 예도를 통해 결혼식을 빛낸다.
보훈지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의 다양한 기관, 뜻있는 분들과 함께 보훈대상자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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