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특검 중요증거' 도널드슨 메모와 '워터게이트' 핵심물증 비교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워터게이트에서는 닉슨 테이프가, 뮬러 특검은 애니 도널드슨의 메모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와 관련,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백악관 보좌진의 메모가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물증인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은폐 지시 녹음테이프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수사에서 로버트 뮬러 특검은 백악관 참모 10여명의 메모 등 각종 기록을 제출받았다. 여기에는 도널드 맥갠 전 백악관 법률고문의 비서실장인 변호사 애니 도널드슨의 메모도 포함됐다.
WP는 도널드슨의 메모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만성화된 혼란스러운 나날을 보여주는 속기 형식의 일지라고 전했다.
메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사법방해 의혹에 관한 증거의 일부로 특검 보고서에서 65차례 이상 언급됐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자신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의 유착 의혹을 조사한 연방수사국(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에게 분노를 표출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2017년 3월 21일 메모를 보면 코미가 전날 의회 청문회에 나가 러시아 의혹 조사에 관해 증언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표출하고 즉석에서 그를 해고할 것 같은 반응을 맥갠에게 보인 것으로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개인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라고 코미에게 요구했지만, 이를 밝히지 않은 코미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 대해 도널드슨은 메모에서 "제정신이 아니다"라면서 "점점 더 격분하고 있다. 제거?"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초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에 관해 코미에게 압력을 가하려 한 정황도 메모에 남았다.
특검 결과에 따르면 2017년 1월 플린 보좌관이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하고도 허위보고한 사실이 드러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를 백악관으로 불러 '충성맹세'를 요구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플린을 경질한 뒤 코미를 다시 집무실로 불러 '플린을 잘랐으니 이제 좀 놔두라'는 식으로 압박했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일했던 도널드슨은 백악관 내부의 각종 결정과 논쟁, 해야 할 일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닉슨의 경우 백악관 도청 시스템의 발견은 반대자에 대한 불법적 스파이 행위를 은폐하는 데 있어 그의 역할에 대한 증거를 제공했다"면서 도널드슨 메모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 혐의로 기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정황이 담겼다고 말했다.
워터게이트는 1972년 닉슨 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한 사건으로, 이후 의혹이 확산하며 결국 1974년 닉슨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특히 닉슨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사건 은폐를 지시하는 내용의 녹음테이프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이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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