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이야기 담은 다큐 '불숨'…욕망에 관해 말하고 싶었죠"

입력 2019-05-04 18:23  

"도공 이야기 담은 다큐 '불숨'…욕망에 관해 말하고 싶었죠"
'물숨' 고희영 감독 두번째 다큐멘터리,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


(전주=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JCP)에 선정된 영화 '불숨'은 마음에 품은 한 점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한평생 불과 싸워온 도공 천한봉 선생과 그의 불을 물려받고자 하는 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작 '물숨'에서 자기가 할 수 있을 만큼만 숨을 참는 해녀들의 삶을 그린 고희영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최근 전주 완산구에서 만난 고희영 감독은 '불숨'에 대해 "욕망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욕망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죠. 사실 숨 쉰다는 것 자체가 욕망하는 것 같아요. 욕심과 욕망은 달라요. 도자기를 만들 때 욕심이 과해서 장작을 더 넣으면 그릇에 불의 흔적이 나오지 않죠."
"도자기는 불이 100%"라는 천한봉 선생의 말처럼 영화는 화면 가득 뜨겁게 타는 불을 자주 비춘다.
"선생님의 마음을 불로 표현하고 싶었죠. 죽은 아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다음에는 자작자작 타는 불의 모습이 나오고요. 반면 딸의 불은 욕망이 타는 것으로 표현했어요. 미세한 온도 차이를 기록하고 싶어서 불을 잘 찍을 수 있는 8K 카메라로 촬영했어요."


고 감독은 20여년 전 일간지 기자로 일하던 시절 천한봉 선생을 처음 만났다.
"20년 뒤 '물숨' 찍고 오는 길에 인사드리러 갔는데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선생님은 똑같은 일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아직도 마음속 그릇을 못 만드셨다는 것에도 놀랐어요.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죠."
도공의 이야기가 진부하게 들릴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오래 그리고 자세히 봐야 보이는 것을 영화로 만들었어요. 2013년 6월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선생님이 마음속 그 하나의 그릇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에 꽂혔죠. 그런데 2년쯤 뒤부터는 딸이 보이더라고요. 왜 구박을 받으면서도 계속하고 있나 싶더라고요. 마음을 열지 않던 딸이 저에게 마음을 열고 죽은 남동생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나는 그 아이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라고요. 그때부터 보이지 않는 것을 전수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됐죠."
고 감독은 "선생님은 그릇을 만드시고 나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내 그릇은 영화인 것 같다"며 "선생님 모습에 나를 투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이 "영화를 통해 용기를 얻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릇들이 사람으로 보이는 순간이 있었어요. 0도에서 시작해서 1천300도에서 완성되거든요. 그 온도를 견디는 것이 대단하더라고요. 선생님도 '일단 견뎌야 그릇이 된다'고 하셨고요. 영화를 본 관객도 힘들 때 '이건 몇 도의 불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시련을 견뎌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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