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전서 7이닝 1실점 쾌투…父子 모두 삼성에 1차 지명 진기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의 영건 원태인(19)은 스토리가 많은 선수다.
경복중학교 야구부 원민구 감독의 아들인 원태인은 어렸을 때부터 이름을 날렸다.
6살 때 '야구 신동'으로 TV 프로그램에 소개될 정도였다.
이후 경복중학교와 경북고등학교에서 에이스 투수로 무럭무럭 자랐고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아버지 원 감독에 이어 아들도 나란히 같은 구단에 1차 지명을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많은 관심 속에 삼성 유니폼을 입은 원태인은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그는 올 시즌 개막부터 1군 엔트리에 포함됐고, 계투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28일엔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 기회를 잡고 4이닝 1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많은 이닝을 책임지진 못했지만, 날카로운 제구가 눈에 띄었다.
원태인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경기에 두 번째로 선발 등판했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등판이라 주변 사람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삼성 김한수 감독은 경기 전 "원태인은 투구 수가 많아지면 구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부담 없이 편하게 던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주변의 예상을 깨고 최고의 호투를 펼쳤다.
KBO리그 최고 화력을 뽐내는 키움 타자들을 상대로 1회와 2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3회엔 김규민에게 첫 안타를 내줬지만, 이정후를 내야 땅볼로 잡아 위기를 탈출했다.
그는 5회까지 안타 1개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은 단 한 개도 잡지 못했지만, 타자들을 모두 맞혀 잡았다.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에 던지는 정확한 제구력 앞에 키움 선수들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특히 직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이 좋았다.
최고구속 시속 137㎞의 슬라이더는 직구처럼 날아오다 스트라이크존 바로 앞에서 살짝 아래로 떨어졌다. 키움 타자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보완해야 할 점도 발견했다. 김한수 감독의 말처럼 원태인은 투구 수 70개가 넘어가자 조금 지친 모습을 보였다.
7회에 제리 샌즈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허용한 뒤 박병호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이어 장영석에게 좌중간 적시타를 허용해 첫 실점 했다.
그러나 원태인은 1루수 공민규의 호수비로 서건창을 병살타 처리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그는 이날 7이닝을 3피안타 4삼진 1실점으로 막아 3-1 승리를 이끌며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원태인은 경기 후 "경기 중 (포수) 강민호 선배가 공에 맞아 교체돼 당황했지만, 신인답게 패기 있는 모습으로 던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이 8회 초 공격에서 점수를 뽑아줘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고, 7회 말에서도 여러 차례 호수비로 실점을 막아줬다"면서 "선배들 덕분에 첫 승을 챙긴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올 시즌을 중간 투수로 준비해 투구 수가 많아지면 구위가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서 "다음 경기에선 100구까지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야구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부담되지 않나'라는 질문엔 "즐기고 있다"라며 씩 웃었다.
삼성이 새로운 에이스를 발견한 느낌이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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