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청탁' 12명 중 김 의원만 빼고 전원 조사…'부정채용 개입' 규명 주력
불법청탁 확인되면 업무방해 등 적용 가능…채용 대가 뒷거래 땐 '뇌물' 법리검토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딸의 부정채용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의 KT 채용비리 의혹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2012년 KT 채용 당시 친자녀나 지인 등의 취업을 청탁한 의혹을 받는 전직 국회의원 등 11명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김성태 의원을 소환해 직접 조사할지 검토 중이다.
2012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유력인사 관련 부정채용 12건의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김 의원을 제외한 청탁자 조사는 모두 마친 상태다.
앞서 검찰은 성시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정영태 전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부사장, 허범도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을 모두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김 의원을 뺀 이들 11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는 것은 이들이 설령 실제로 채용을 청탁했다 해도 범죄로까지 볼 정황은 아직 찾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채용 부정 사건에서 지인 등을 '잘 봐달라'며 단순 청탁하는 행위가 비난을 받을 수는 있어도 그 자체로는 범죄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이번에는 반드시 채용해달라'거나 '채용 단계를 생략하고 채용시켜달라'는 식으로 정당한 채용 행위를 방해하면 업무방해 교사 또는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부정 채용 청탁을 대가로 KT 측에 모종의 특혜를 제공했다면 청탁한 쪽에 뇌물수수죄 적용이 가능한지 법리 검토를 해 볼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김성태 의원 관련 의혹도 '단순 청탁' 차원에 그쳤는지 아니면 의원 지위를 이용해 채용 과정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있는지 규명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마지막 관문인 셈이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계약직으로 KT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이 사실이 언론보도로 알려져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김 의원이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KT 사장에게 직접 제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당시 김 의원이 딸의 채용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 딸이 KT에 처음 입사한 2011년 계약직 채용은 공소시효(7년)가 지나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처벌이 가능한 2012년 이후 김 의원의 직접 청탁이나 거래 시도 등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결과, 김 의원 딸은 정규직이 되는 과정에서 공개채용 입사지원서를 내지 않았고, 적성검사에도 응시하지 않았다. 이런 '특혜' 속에서 치른 인성검사 결과는 불합격이었으나 합격으로 조작돼 결국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앞서 구속된 서유열 전 KT홈고객부문 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을 집중 추궁해 김 의원이 딸의 인성검사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국회의원으로서 딸 취업 대가로 KT에 특혜를 제공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피고발인 신분이어서 검찰에 소환된다면 피의자로 조사받게 된다.
그러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이 현직 국회의원을 피의자로 소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김 의원이 부정채용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나오지 않을 경우 직접 조사 없이 수사를 끝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검찰이 김 의원을 소환 조사하기로 결정할 경우 위법적인 부정 채용에 개입한 객관적 증거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조만간 김 의원의 소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김 의원은 검찰 수사가 '정치인 김성태 죽이기'에 불과하다며 자신에 대한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다.
그는 최근 언론에 배포한 입장자료에서 "'채용 비리'는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고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인 만큼 반드시 그 진실이 규명되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 사건은 줄곧 정치인 김성태 죽이기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KT) 사장, 전무에 이어 전임 회장까지 구속되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김성태'라는 이름이 거론된 적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무리한 억측이나 정치적 프레임은 이제 거두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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