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권한 비대, 피해자는 국민'…기본권 보호 논리 설파 주력할 듯
'조직 이기주의' 비판 넘어설 설득 방안 '숙고'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반발하며 4일 해외 출장에서 조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이 연휴 기간 어떤 대응 방안을 마련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총장은 내부 의견 수렴을 통해 입장을 정리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민 앞에 검찰 입장을 호소하는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총장은 4∼6일 사흘간 이어지는 연휴를 별다른 공식 일정 없이 지낼 예정이다.
이 기간 문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추가 입장을 어떻게 표명할지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귀국 후 처음 출근하는 7일 대검찰청 간부 회의를 소집해 중지를 모으고, 주 중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문 총장은 오는 9일까지 예정돼 있던 해외 출장 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그는 입국 직후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의 수사권은 작용에 혼선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반대 입장을 낸 지 사흘만이다.
문 총장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화두로 내건 것은 향후 조직 논리보다는 검·경 수사권 보호에 반대하는 명분을 부각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 국가정보권까지 갖게 되면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이 되는데, 경찰에 비대한 권한을 줬을 때 피해를 보는 것은 검찰 조직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검찰 내부적으로는 '검찰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에 검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저항이 '조직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상당한 부담 요소다. 그렇지 않아도 검찰이 '기득권 조직'이라는 국민 인식이 많은 상황에서 '검찰이 그저 경찰에 권한을 내주기 싫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까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지난 3일 "(검찰이) 국민의 입장에서 구체적 현실 상황과 합리적 근거에 입각해 (검·경 수사권조정을) 겸손하고 진지하게 논의해달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 총장은 '국민 기본권'을 강조하는 다양한 논리를 내세워 수사권조정 법안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전을 펴는 한편 남은 기간 관련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현재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함으로써 강해진 경찰권을 통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법안에서는 경찰 수사를 통제할 방안으로 검찰에 ▲ 보완 수사 요구권 ▲ 보완 수사 불응 시 직무배제 및 징계 요구권 ▲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을 부여하지만, 이런 방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 총장은 법안의 검찰 특별·직접수사 축소 취지에는 대체로 동의하되 경찰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고 사건 송치 전 수사지휘를 폐지할 때 문제점 등을 집중적으로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용퇴를 결단하기보다는 국회와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데 전력할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그러나 검·경 어느 쪽에도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는 국민 여론 속에서도 수사권 조정에 대한 공감대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검찰로서는 어떤 논리와 쇄신책으로 헤쳐 나갈지가 최대 과제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3월 전국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에 관한 설문(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을 결과, '찬성'이 52.0%(매우 찬성 20.9%·찬성하는 편 31.1%), 반대 28.1%(매우 반대 14.6%·반대하는 편 13.5%)로 집계됐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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