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얀, 선제골로 기선 제압했지만…서울 '극장골 무승부'
(수원=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워낙 좋은 추억을 공유하던 친구니까…."
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의 K리그1 10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둔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한 '상대 선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감회에 젖었다.
서울에서 오랜 시간 영광의 나날을 함께 한 데얀(38)이었다.
데얀은 2011년부터 3년 연속 K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등 과거 '최용수의 서울'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였다.
2011년부터 서울에서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추며 K리그 우승(2012),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13) 등을 일궜다.
2016년 6월 최 감독이 중국 장쑤 사령탑으로 가면서 이별했고, 2년여가 지난 지난해 10월 서울로 돌아왔을 때 데얀은 없었다.
2017시즌을 마치고 서울이 재계약하지 않자 리그 내 최고 라이벌로 꼽히는 수원의 '푸른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며 한 순간에 적이 됐다.
최 감독 복귀 이후 지난해 막바지엔 두 팀이 스플릿 라운드에서 그룹이 갈리며 만날 기회가 없었고, 2019년 첫 슈퍼매치에서 맞대결이 성사됐다.
경기 전 데얀 얘기가 나오자 최 감독은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K리그 역사를 써내려 온 선수 아니냐"며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전반 39분 교체 투입된 데얀은 후반 11분 0-0 균형을 깨는 골로 최 감독에게 뼈아픈 '재회 인사'를 건넸다. 과거 최 감독을 웃게 했던 '원샷 원킬'을 상대 팀 선수로 뽐낸 것이다.
슈퍼매치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9골로 늘린 뒤 차분하게 박수를 치는 정도로만 세리머니를 자제한 데얀은 후반 45분이 흘러갈 때만 해도 수원의 '주인공'으로 친정에 제대로 비수를 꽂을 듯했다.
하지만 서울이 후반 추가시간 박주영의 페널티킥 동점 골로 극적인 1-1 무승부를 만든 채 경기가 끝나며 승자 없이 다음 대결을 기약했다.
최용수 감독은 "데얀에게 실점할 때 앞이 캄캄했다"며 "찰나에 해결할 수 있는, 원샷 원킬 능력을 가진 선수"라며 상대로 만난 데얀의 위력을 실감한 표정이었다.
'데얀 전반 교체카드'를 가동했던 이임생 수원 감독은 "경기 전 데얀에게 '이 팀은 데얀 만의 팀도, 감독 만의 팀도 아니다'라는 얘기를 했다. 팀으로서 같이 결과를 만들자고 했다"며 "오늘 골을 넣어 축하하고, 많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데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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