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공격 대응할 만반의 준비"…폼페이오 "확실히 책임 물을 것"
美언론, 관료 인용해 이란의 중동 미군시설 공격 가능성 거론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성혜미 기자 = 미국이 최근 대(對) 이란 제재 강화에 이어 이번에는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중동으로 보내겠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작년 5월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뒤 지난달부터 이란혁명수비군의 테러조직 지정, 이란 원유 수입 금지의 예외조치 중단 등 제재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란을 향한 군사적 압박까지 가하는 모양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주말인 5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많은 문제거리와 확대되는 징후 및 경고에 대응해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과 폭격기들을 (중동을 포괄하고 있는) 미 중부사령부 지역에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AP통신은 지난달 미국 노포크항에서 출항해 최근 지중해에서 작전을 벌여온 이 항모전단이 아라비아반도 주변 바다인 홍해나 아랍해, 페르시아만으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조치에 관해 "미국과 동맹국의 이익을 공격하면 가차 없는 물리력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는 명확하고 틀림없는 메시지를 이란에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란의) 대리군이든, 이란 혁명수비대든, 정규군이든 어떤 공격에도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 이사회 참석차 핀란드 방문길에 오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비행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위협을 확대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틀림없다는 취지로 말한 뒤 "이란이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이란의 행동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미 언론은 중동 내 미군 시설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거론했다.
AP통신은 한 관료의 말을 인용해 중동지역 내 육군과 해군이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수천명의 미군이 바레인과 카타르 등에 주둔하고 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에선 이슬람국가(IS)를 상대로 한 작전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란군과 대리군이 미군을 공격할 수도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이란군의 잠재적 공격 준비를 억제하기 위해 항모전단과 폭격기 배치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란군의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제3의 군대, 민병대, 헤즈볼라가 공격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란 지도부에 그 책임을 직접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고위 관료들이 주말 이틀간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의 연이은 제재 강화 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이 페르시아만을 자기 것으로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미국이 이달초 이란의 원유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8개국에 대해 예외조치 적용을 중단하자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하는 해로인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은 작년 11월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는 제재를 복원했을 때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거론했고, 이에 맞서 미국은 항공모함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최대 압박'에 대응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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