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협상복귀 위해 美 절치부심하는 중에도 北미사일 계속 향상 보여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일단 북한 달래기에 나섰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미국 측은 '저강도 도발'로 대미 메시지를 발신한 북한을 향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다는 인식을 보이며 다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려는 모양새이지만, 북한의 '벼랑 끝 전술'로 인해 트럼프식 대북 관여 드라이브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서게 되면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북한은 새로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하면서 차후에 그와 비슷한 행동을 추가로 하는 걸 막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도 함께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고위 참모들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서긴 했지만, 북한의 갑작스러운 '행동'은 미국의 역내 동맹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협상 복귀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는 동안에도 북한의 미사일은 계속 향상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이 통신은 풀이했다.
이 통신은 북미 정상이 개인적 관계는 여전히 좋다고 강조해왔음에도 불구,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간 긴장은 고조됐다면서 '연말까지 미국의 입장 변화를 기다려본 뒤 다른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는 김 위원장의 '경고'가 중재자 역할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딜레마를 조성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통신은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훈련 및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비난한 가운데 이뤄진 점, 특히 미국이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북한이나 이란 등 적대국으로부터 날아오는 ICBM을 겨냥한 요격실험을 한 뒤 이뤄진 점 등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미 국방성의 요격실험이 미리 계획된 것이고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도발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린 강원도 원산과 서울이 대략 200㎞(124마일) 떨어져 있으며 2만명이 넘는 주한미군 병력이 한국에, 그리고 약 5만명이 일본에 각각 주둔하고 있는 점을 들어 북한의 단거리 또는 중거리 미사일의 사정 거리 내에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트윗을 통해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행보를 견제하면서도 맞대응을 자제한 채 차분한 모드를 보였다.
북미협상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5일 방송 인터뷰에서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했으며,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 국제적 경계선을 넘지 않았다"고 신중론을 견지하며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하도록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비핵화 협상의 진척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핵 실험도, 미사일 실험도 없었다. 그저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길 원할 뿐"이라며 실험 유예(모라토리엄)를 업적으로 자랑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칫 취임 후 가장 공을 들인 외교분야인 대북정책에서 실책을 인정하는 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미국 국내적으로 대북 관여 드라이브에 대한 역풍에 처하면서 재선 가도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전날 인터뷰에서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핵화 협상 실패 시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긴 했지만, 차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싱가포르 이전' 즉 '화염과 분노'로 대변되는 거친 수사를 내뱉던 강공으로 회귀하는 것도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딜레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분간은 '현상유지'에 주력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는 쪽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미 의회 등 조야에서 대북제재 강화 등 강경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야당을 중심으로 대북 견제 움직임이 가속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강경 모드로 선회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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