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합수부 수사관 속여야 했다…진술서 앞부분부터 거짓말"(종합)

입력 2019-05-07 15:00   수정 2019-05-07 17:57

유시민 "합수부 수사관 속여야 했다…진술서 앞부분부터 거짓말"(종합)
"배후 없는 학생시위 납득시키려 노력…감당할 수 있는 선 고려"
"김대중 前대통령·비밀조직 언급 안해…심재철은 이미 노출"
윤호중, 심재철에 "이제라도 진실된 자세로 용서 구하라" 촉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7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자신의 1980년 6월 12일자 진술서 내용에 대해 "학생들이 아무런 배후 없이 대규모 시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납득시키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학생을 사주해서 시위를 일으키고 그 혼란을 틈타 정권을 잡으려 했다는 게 당시 조작의 방향이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39년 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피의자로 합동수사본부 조사를 받을 때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학내 비밀조직을 '배후'로 언급하지 않기 위해 오히려 이미 노출된 학생회 간부 등의 명단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허위 진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다.
유 이사장은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위를 할 때마다 신문에 났던 심 의원이 나 때문에 기소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오히려 총학생회장이었던 심재철, 학생활동위원장이었던 이홍동, 그리고 나는 총학생회 간부 3역으로 진술서에 자주 나올수록 좋은 것이었다"고 부연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진술에서 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관련해 '민청협회장이고 김대중 씨와 관계한다고 소문이 돌던 이해찬'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이해찬 선배가 몇천명 보는 데서 내 멱살을 잡은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까지 진술하지 않기는 어려웠다"며 "다만 '그렇다'고 하지 않고 '그렇게 들었다'는 식의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진술서의 내용과 방식을 볼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나는 당시 우리의 행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이 나한테 없는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없다"면서 "이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점만 이해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전날 유 이사장의 진술서를 공개하면서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의 진술서에 제 이름은 모두 78번 언급됐으며 이 진술서는 저의 공소사실 핵심 입증증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심 의원을 'S형'이라 지칭하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유죄 판결에 있어 핵심 법정 증언이 바로 형의 증언임이 역사적 진실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을 어찌 형만 부정하시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형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럽고 추한 것이었는지 아직도 모르시겠나"라며 "더 안타까운 것은 형만이 아직도 1980년 신군부의 법정에 남아 당시의 원한과 부끄러움으로 사람들을 원망하고 상처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이제라도 진실된 자세로 역사와 김대중 대통령님, 문익환 목사님께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며 "그것만이 당신이 스스로를 치유하고 국민께 용서받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대 철학과 81학번으로 학원자율화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윤 총장은 1984년 복학한 심 의원과 처음 만났으며,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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