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자원봉사 고교생 20년 만에 고생물학자 돼 학계 보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폭군 도마뱀'이라는 이름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렉스)는 무시무시한 거대 육식공룡의 대명사처럼 돼 있다. 그러나 오리 주둥이에 키가 1m를 채 넘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공룡 화석이 티라노사우루스의 '사촌'으로 학계에 보고돼 관심을 끌고 있다.
7일 미국 버지니아공대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과학과 고생물학자인 스털링 네스빗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1998년 뉴멕시코주 주니 분지에서 발굴된 이 공룡 화석이 티라노사우루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같은 계통의 공룡이라는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 and Evolution)' 최신호에 실었다.
연구팀은 이 화석에 '수스키티라누스 헤이젤라(Suskityrannus hazelae)'라는 이름을 붙였다. 수스키는 아메리카 원주민 주니 족의 언어로 '코요테'를, 티라누스는 라틴어로 폭군을 의미한다.
이 공룡은 연대 추정 결과, 티라노사우루스가 출현하기 2천만년 전인 약 9천200만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뼈 성장 정도로 볼 때 3세 이상으로 추정됐다.
몸무게는 20~40㎏. 머리에서 꼬리까지 길이는 약 2.7m에 달하지만 키는 약 90㎝에 불과하다. 몸길이 10~13m에 최대 9t에 달하는 티라노사우루스의 거대한 몸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연구팀은 수스키티라누스가 완전히 자란 티라노사우루스의 두개골보다 약간 클 정도라면서 성체가 돼도 인간 눈높이 크기일 것으로 분석했다.
수스키티라누스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지만 앞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아 티라노사우루스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짧은 앞발을 갖게 된 진화 과정은 확인하지 못했다. 또 앞발의 발톱이 부분적으로 발굴됐지만, 발가락이 두 개인지, 세 개인지도 확인이 안 됐다.
티라노사우루스와 마찬가지로 육식을 했지만 주로 작은 동물을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네스빗 박사는 이 화석을 16세 때 주니 분지의 화석발굴 현장에서 고등학생 자격으로 자원봉사하다가 처음 발견했다.
당시에는 티라노사우루스의 먼 친척 격인 딜롱 파라독수스(Dilong paradoxus)가 발견되기 전이라 이 화석이 티라노사우루스의가 '작은 사촌'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결국 '벨로키랍토르(Velociraptor)'와 같은 중소형 수각류의 뼈로만 추정되다가 고생물학으로 진로를 잡은 네스빗이 추가 연구를 하면서 티라노사우루스의 또 다른 작은 사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수스키티라누스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훨씬 더 가느다란 두개골과 발을 갖고 있으며, 북미와 중국 지역에서 더 오래전에 살았던 더 작은 티라노사우루스류와 공룡 멸종기까지 번성한 대형 티라노사우루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네스빗 박사는 성명을 통해 "수스키티라누스는 백악기 말기 티라노사우루스나 에드몬토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과 같은 유명공룡이 출현하기 전 공룡상에 속하며, 티라노사우루스가 지구를 장악하기 직전의 진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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