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언론보도 나올 때까지 업무 부당처리 감사 안해
직무관련자 접촉 보고하지 않은 직원 조치하라고도 통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감사원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후 이를 감경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업무 담당자의 징계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지난 1∼2월 공정위를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를 7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2월 A 회사 등 6개 업체가 시장점유율 등을 공동으로 결정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건을 심의해 2016년 3월 A 회사에 과징금 436억5천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A 회사는 그해 4월 과징금 감경을 요청하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한 달 뒤에는 2013∼2015년 가중평균 당기순이익이 134억여원 적자임을 사유로 과징금을 감경해달라며 추가 의견서를 냈다.
'과징금 부과와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3개년 가중평균 당기순이익 적자 등 현실적 부담 능력을 고려해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같은 해 6월, 과징금을 218억여 원으로 감경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해 9월, A 회사의 2015년 재무제표에 이미 과징금이 반영돼 2015년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된 사실을 확인하고 2017년 2월 과징금 감경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과징금이 부당하게 감경된 사실을 확인하면 공정위는 비위행위 여부나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했지만 자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해당 사안의 문제점이 불거지자 2018년 2월에야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해당 업무 담당자는 과징금 등 비용으로 인정할 수 없는 항목이 재무제표에 반영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고 2015년 사업보고서 내 포괄손익계산서의 당기순이익이 적자인 것만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에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담당자들에게 '주의' 조치만 내렸다.
감사원은 공정위원장에 과징금 감경 관련 이의신청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들에 대한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소속 직원의 비위·부정이 발견되면 확인감찰 등 자체 감사를 실시해 적정한 조치를 취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한편 직무관련자와의 부적절한 접촉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의 외부인 접촉 관리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는지도 감사했다.
규정에 따르면 공정위 공무원이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보고 대상 외부인과 접촉하면 5일 이내에 접촉 사실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해 보고 대상 외부인의 공정위 방문 기록을 분석해 이 중 방문자가 많은 공정위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접촉 사실 보고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5명 모두 보고 대상 중 일부를 보고하지 않는 등 보고 누락률이 50.8%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 대상 중 한 건도 보고하지 않은 직원도 있었다.
감사원은 2018년 공정위 방문자 중 접촉 사실 보고 대상 외부인 1천547명을 접촉한 것으로 보이는 공정위 소속 공무원 162명 중 98명이 일부 접촉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접촉 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98명에 대해 보고 누락 여부를 점검하고 실제 보고를 누락한 공무원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공정위원장에게 통보했다.
아울러 공정위 공무원 등과 직무관련자와의 부적절한 접촉을 막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주기적으로 공정위 청사 방문기록을 받아 분석·점검하는 등 실효성 있는 점검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통보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