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될 것…탄력적 공급해야"

입력 2019-05-07 13:18   수정 2019-05-07 13:31

"3기 신도시 수도권 집값 안정에 도움될 것…탄력적 공급해야"
전문가 수요분산 효과 기대…2기 신도시는 미분양 우려에 '비상'
광명·과천 등 기존 후보지 주민 반대로 '삐걱'…주민 설득 우선돼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계획에 대한 입지를 모두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오는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이 시작됨에 따라 주택시장 안정에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천 검단신도시, 파주 운정3지구 등 2기 신도시 분양도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입지여건이 좋은 곳에 신규 공급이 이뤄짐에 따라 일부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고양 창릉·부천 대장에 3기 신도시…사당역 등에도 1만 가구 공급 / 연합뉴스 (Yonhapnews)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7일 "이번 정부 발표는 수도권, 특히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도심과의 접근성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3기 신도시 후보지인 고양·부천은 1기 신도시보다 가깝기 때문에 앞서 발표한 과천, 하남, 남양주 신도시와 함께 서울 주택수요 분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 창릉은 서울 접경과 1km 이내로 강북지역 수요를, 부천 대장은 서울 서남부와 수도권 주택수요를 분산시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정부가 사실상 '집 사지 말고 신규 분양을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자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30만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짐에 따라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3기 신도시보다 입지여건이 떨어지는 2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 미분양,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당장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올해 1만2천여가구의 공급을 앞두고 있는 건설사들은 분양성이 더욱 악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의 잇단 신도시 발표 계획으로 투자수요가 한풀 꺾인 상황이었는데 수도권 서부쪽에 추가 신도시 건설 계획이 발표돼 곤혹스럽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탄력적 공급' 계획을 주문한다.
조주현 건국대 명예교수는 "재개발·재건축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용도규제 완화로 다가구나 오피스텔 등 신규 공급이 많이 늘어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한꺼번에 물량을 쏟아내기 보다는 주택공급의 흐름을 봐가며 순차적,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수도권에 가용택지를 많이 확보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잇단 개발계획 발표로 2기 신도시 등 여타 지역에는 미분양 등 피해가 우려된다"며 "앞으로 예상 가능한 빈집 문제, 교통문제 등을 면밀히 살피며 공급계획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막대한 보상비가 단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자극할 우려도 제기된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하반기 수십조원 규모의 대토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에 재유입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추가 공급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시중의 유동자금이 토지 등 부동산 가격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보상 방식을 현재의 대토(대체토지), 채권, 현금보상 외에도 연금방식의 보상으로 다양화해 시장에 자금이 풀리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신도시 정책은 집값 안정책이 아니라 투기조장책"이라며 "택지를 판 공기업과 건설사가 이익을 나눠갖는 구조로 분양가가 내려가지 않고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공급 확대정책은 투기로 인해 집값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대신 주거안정에 기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30만 가구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앞서 발표한 3기 신도시나 공공택지 개발계획이 주민 반대 등으로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지난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광명 하안지구의 경우 환경영향평가도 하지 못하고 있고, 부천 괴안과 원종, 화성 어천, 군포 대야미 등지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작년 말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한 과천지구는 최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택지 개발 관련 주민설명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토지주 등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정부는 지자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하지만 현재 정부의 택지개발계획중 상당수가 주민들의 반발로 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거나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지려면 주민 설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의 성공적인 공급을 위해서는 자족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주현 교수는 "주택수요 분산의 결정적인 영향력은 자족성"이라며 "새로 만든 신도시에 충분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서울까지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도 없어진다"고 설파했다.
김현수 교수는 "일자리와 주택공급, 교통정책이 한 박자가 돼야 한다"며 "수요 진앙지와 접근성이 높은 곳부터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광역교통인프라 연결이 어려운 곳이나 수요가 적은 곳은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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