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챔피언십 승격 실패했지만, 슬로베니아, 벨라루스 꺾고 3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2019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 대회에서 '포스트 평창 시대'의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3승 2패(승점 9)로 3위를 차지한 뒤 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위 벨라루스(3승 1연장승 1패·승점 10)에 승점 1이 뒤져 월드챔피언십 승격에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당초 기대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이다.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세계 정상급과 사이에는 넘기 힘든 벽이 존재했다.
한국은 지난해 올림픽 본선 4경기와 월드챔피언십 7경기에서 승점 1점도 올리지 못했고, 이 두 대회를 앞두고 치른 슬로베니아, 러시아, 독일, 슬로바키아와의 평가전에서도 모두 졌다.
올림픽과 월드챔피언십에 여러 차례 출전한 경험이 있는 전통 강호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2017년 세계선수권 디비전 1그룹 A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에 거둔 5-2 역전승이 유일했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후 대중의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아이스하키팀은 올림픽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한국 아이스하키는 잠재력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떨쳐내며 다시 일어섰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슬로베니아를 5-3, 벨라루스를 4-1로 격파하며 천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자신감과 경험을 얻었다.
슬로베니아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8강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평창올림픽에서는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둔 강호다.
벨라루스는 소비에트연방에서 분리된 후 1998년, 2002년, 2010년 올림픽에 출전했고, 특히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는 4강에 올랐다.
이런 강팀을 잇달아 꺾었다는 사실은 '정상권 진입'이 결코 허황한 꿈이 아님을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하다.
'토종 공격수' 들의 일취월장은 한국 아이스하키가 스스로에 대해 믿음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요소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백 감독이 부임한 후 처음으로 복수 국적(귀화) 선수 없이, 순수 국내 출신 선수들로만 공격진을 구성했다.
개막전까지만 해도 귀화 공격수들의 공백이 클 것으로 보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파 공격수들은 일취월장한 경기력으로 '백지선호' 출범 이후 가장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신상훈은 벨라루스전에서 혼자 4골을 몰아치며 최종 6골로 이번 대회 득점왕에 올랐다.
주장 김상욱은 4골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골리 맷 달튼과 함께 대회 올스타팀에 선정됐다. 한국 공격수가 IIHF 세계선수권 올스타에 뽑힌 것은 2016년 마이클 스위프트에 이어 두 번째다.
전정우, 김형겸(이상 1994년생), 이총현, 송형철, 최진우(이상 1996년생) 등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치를 쌓으며 자신감을 높였다는 것도 한국 아이스하키 미래에 긍정적인 요소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