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들' '악인전' '어린 의뢰인' 줄줄이 개봉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이도연 기자 = 한동안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 기세에 눌린 한국영화들이 반격에 나선다. 실화를 앞세운 다양한 장르 영화가 '어벤져스4'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채비를 하는 중이다.
지난 1일 가장 먼저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나의 특별한 형제'(육상효 감독)는 '어벤져스 천하'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뛰어난 두뇌를 지녔지만, 전신이 마비된 형 세하(신하균)와 건강한 체구를 지녔지만, 지적장애를 지닌 동생 동구(이광수). 피 한 방울 안 섞였어도 20년간 한 몸처럼 붙어 다닌 형제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며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개봉 일주일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 돌파를 앞뒀다.
특히 이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했다는 점에서 감동을 더한다. 10여년간 한 몸처럼 붙어 다닌 지체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장애인 박종렬 씨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이달 15일에는 '배심원들'과 '악인전'이 나란히 관객을 찾는다.
'배심원들'은 2008년 국내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다룬 법정 드라마.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날, 직업과 나이 등이 제각각인 8명 배심원이 법정에 모인다. 피고인은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들. 증거와 증인, 목격자까지 있어 유죄가 거의 확정되고 양형 결정만 남은 상태지만, 배심원들이 유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재판은 예기치 못한 국면으로 흐른다.
평생 남을 심판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 인생 경험과 상식을 토대로 판을 뒤집고, 점점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쾌감을 준다.
한정된 공간과 시간 안에 벌어지는 드라마지만,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 촘촘한 전개가 극을 풍성하게 한다.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한 홍승완 감독은 2008년 실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살인 사건을 모티프로, 유사 사건 80여건과 판결문을 찾아보며 시나리오를 썼다.
'악인전'은 이달 14일 개막하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돼 주목받은 작품. 조직폭력배 두목(마동석)과 강력반 형사(김무열)가 공동의 적인 연쇄살인범(김성규)을 쫓기 위해 손을 잡는다는 내용의 액션 누아르다.
누가 누가 더 '나쁜 놈'인지 내기라도 하듯 세 캐릭터가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드러내며 거침없이 질주한다. 마동석과 김무열의 '끝장 액션'을 볼 수 있다. 마동석이 주연한 '범죄도시'보다 액션 강도는 한층 더 세며,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답게 폭력 수위도 꽤 높은 편이다. '마블리' 수식어와 달리 흑화한 마동석의 캐릭터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이 작품 역시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이원태 감독은 "권선징악 이야기가 아니라 악과 악이 대결하는 모순적 상황을 통해 상대적으로 작동하는 선악 문제를 다뤄보고 싶었다"면서 "2005년에 성인오락실 관련 (조폭들 간) 이권 다툼이 심했고,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달 22일 개봉하는 '어린 의뢰인'(장규성 감독)은 2013년 발생한 '칠곡 계모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고향의 아동복지센터에서 잠시 근무하던 변호사 정엽(이동휘)은 계모(유선)의 학대를 신고한 10살 소녀 다빈(최명빈)과 동생 민준 남매를 알게 된다. 대형 로펌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간 정엽은 어느 날 다빈이 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실제 사건을 각색한 이 작품은 법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학대 문제를 직접적으로 환기한다. 비록 스크린이지만 계모의 폭력과 어린 남매의 처절한 상황을 직시하기란 쉽지 않다. 실화에서 출발한 이야기에 그 아픔과 고통의 강도는 더욱 크게 와닿는다. 이웃 주민과 우리 사회가 '남의 자식 문제'라는 이유로 아동학대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모습은 더욱 그렇다. 영화는 그래도 아픔을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 '좋은 어른'을 내세워 한 줄기 희망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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