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중동배치 발표 이틀만에…"고조되는 이란 위협 대응 차원"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유럽순방 중에 독일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한 뒤 행방이 묘연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를 '깜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미 국방부가 '이란 정부군에 의한 위협 징후'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중동 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배치를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이뤄져 주목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독일시간으로 이날 오후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 및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과 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방문 직전인 오전 '긴급한 문제'를 이유로 일정을 전격 취소해 방독 취소 배경 및 행선지 등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라크행은 그의 유럽순방에 동행한 풀 취재단에도 사전에 공지되지 않을 정도로 '철통 보안' 속에 이뤄졌다.
'10시간 남짓'의 깜깜이 공백 끝에 폼페이오 장관이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했다는 소식이 이라크 정부 관계자 발로 AFP통신 등을 통해 타전되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바그다드에 도착해 아델 압델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만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4시간 가량의 짧은 방문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라크 방문과 관련, 풀 기자단에 "고조되는 이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이라크 정부에 미국이 이라크의 주권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주고 싶었다"며 "이라크의 주권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병력이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폼페이오 장관이 예고 없이 바그다드를 방문했다"며 "이번 방문은 보안상의 이유로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월 중동 순방 중에도 당초 공식 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이라크 바그다드와 쿠르드족 거점을 불시에 방문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로 동요하는 역내 동맹국들을 달래는 한편으로 이란의 역내 영향력 강화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26일 이라크를 비밀리에 방문, 현지 미군기지에서 3시간 머문 뒤 떠난 바 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핀란드 로바니에미에서 열린 제17차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 참석, 연설을 통해 "북극은 힘과 경쟁의 지역이 됐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 행동'을 견제하겠다며 이들 두 나라를 겨냥,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이번 각료회의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이견으로 처음으로 협정문 채택이 불발되는 등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유럽 순방길은 순탄하지만은 못한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일정으로 핀란드 로바니에미와 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 그린란드 누크 등을 방문하는 유럽순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라크 방문 후 원래 일정으로 복귀, 8일 영국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과 만나고 9일에는 그린란드에서 아네르스 사무엘센 덴마크 외교장관 등과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유럽순방 기간 독일만 '패스'하게 된 셈이다. 외교수장이 다른 나라 정상과의 회담을 직전에 취소하는 건 매우 이례적으로,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번 이라크 방문이 긴급한 이유에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독일 간에 긴장 관계가 조성돼온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NYT는 "독일은 오랫동안 미국을 가장 신뢰할만한 동맹으로 여겨 왔으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긴장 관계에 놓여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와의 마찰 사례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독일 야권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마지막 순간에 베를린 방문을 취소한 것을 놓고 양국 간의 유대관계 와해를 반영하는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