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터키 민주주의 강화하는 중요한 걸음"
EU, 선거당국에 무효 결정 설명 요구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이스탄불 시장선거를 무효로 하라고 선거 당국을 압박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원하던 재선거 결정이 내려지자 크게 반겼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의사당에서 열린 여당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우리는 이스탄불 재선거 결정이 터키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중요한 발걸음으로 본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선거는 이스탄불 선거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도 3월 말에 치러진 이스탄불 선거가 '조직적 부정'으로 얼룩졌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에르도안은 "우리는 조직적 부패와 부정이 있었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AKP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이 모인 회의장에 AKP와 무슬림형제단을 상징하는 '라비아' 손동작을 하며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야당 후보와 다시 겨루게 된 AKP의 이스탄불 시장 후보 비날리 이을드름 전 총리는 재선거 결정이 이스탄불에 이로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AKP와 정부 주요 인사들은 최고선거위원회(YSK)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역설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앞서 6일 터키 선거위는 법령과 달리 공무원이 아닌 개표감시위원 수백명을 발견했고, 개표 결과 집계 용지에 서명이 누락된 사례가 확인됐다는 이유를 들어 AKP의 요구대로 이스탄불 시장선거를 취소하고 다음달 23일에 재선거를 하라고 결정했다.
이스탄불에서 승리를 '빼앗긴' 야당은 YSK의 결정을 성토했다.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7일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선거 무효를 지지한 YSK 위원 7명을 '도적 떼'라 부르며 "어느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탄불 시장 당선이 취소된 CHP 소속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는 6일 밤 열린 재선거 결정 항의 집회에서 "여러분은 화가 나겠지만 결코 희망을 잃어선 안 된다"고 독려했다.
국제사회는 우려 목소리를 냈다.
유럽연합(EU)은 YSK에 선거 무효 결정을 내린 이유를 '지체 없이'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선거절차는 모든 민주주의 체제에 필수적이며 EU의 대(對)터키 관계의 중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YSK의 조처가 "우리가 보기에 투명하지 않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재선거에서 민주적 원칙, 다원주의, 공정성, 투명성과 함께 해외 참관단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 수판센터는 "이번 지방선거 개입은 터키인과 전 세계를 향해 에르도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권력을 차지하려 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YSK의 결정은 터키 민주주의의 미래에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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