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 군사봉기 지지한 野의원 기소될듯…대법이 면책박탈 요청

입력 2019-05-08 05:53  

베네수 군사봉기 지지한 野의원 기소될듯…대법이 면책박탈 요청
소추대상 6명, 과이도 의장은 빠져…의회에 기소 허용 요청
의회, 美 주도 지역방위협정 복귀 논의ㆍPDVSA 연체 이자 지급 승인
ICG, 선거 통한 위기해결 권고…"1∼5월 반정부 시위 등으로 2천여명 체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이 최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주도했다가 실패로 돌아간 군사봉기를 지지한 야권 인사들을 형사처벌하기 위해 절차를 개시했다.
친정권 성향의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검찰에 야당 의원 7명을 상대로 형사범죄 수사를 계속하도록 명령한 뒤 제헌의회에 해당 의원들의 면책특권 박탈과 기소 개시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ㆍ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대법원이 처음에 형사소추 대상 의원을 7명으로 밝혔다가 추후 6명으로 수정했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성명에서 해당 의원들이 범죄로 간주할 수 있는 어떤 행위를 취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제헌의회가 음모, 반역, 반란, 폭동 선동 등의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절차의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소 대상에 오른 의원들 가운데는 전직 국회의장인 엔리 라모스 알룹과 루이스 헤르만 플로리도 의원 등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과이도 의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타렉 윌리엄 사브 검찰총장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범죄 수사를 계속 다뤄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마두로 정권 퇴진운동을 주도하는 과이도 의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카라카스의 카를로타 공군기지 외곽에서 약 30명의 중무장 군인과 장갑차 등에 둘러싸인 채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며 군의 봉기를 촉구했다.
이후 일부 야당 의원들이 과이도 의장 군사봉기 시도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야권이 주도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틀간 계속돼 5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제헌의회 의장은 지난 5일 여당인 통합사회주의당(PSUV)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과이도 의장이 시도한 군사봉기를 지지한 야당 의원들의 의회 면책특권을 박탈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친정부 성향의 최고 헌법기관인 제헌의회는 지난달 2일 대법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과이도 의장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54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제헌의회는 야권이 장악한 의회를 무력화하고 마두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소불위의 친위 기구라는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2017년 8월에 출범했다.
야권이 장악한 의회는 이날 냉전 시대에 만들어진 지역 방위 협정에 다시 가입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치 위기에 미국 등 국제사회가 더 많이 개입할 수 있도록 정치적으로 엄호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해 과이도 의장을 전폭 지지하는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외교·경제적 압박 외에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역내 좌파 국가들은 수년 전에 미국이 주도하는 방위협정인 '상호 지원에 관한 미주 조약'에서 탈퇴했다.
의회는 또 국영 석유 기업 PDVSA의 연체 채권 이자 7천100만 달러의 지급안을 승인했다.
경찰은 언론의 의회 출입을 막았으며 일부 기자들은 의회 건물 밖에서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남미 12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교섭그룹(ICG)은 이날 코스타리카 산호세에서 회의를 연 뒤 베네수엘라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는 것은 필수적이며 선거를 통해 정치·경제 위기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 5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과이도 의장은 지난 1월 23일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관철 운동을 벌여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향해 정권 붕괴를 바라는 미국의 후원을 받는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며 러시아, 중국, 쿠바 등의 지지와 군부의 충성을 토대로 맞서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수감자 인권단체인 포로 페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2천14명이 반정부 시위 참가 등 정치적인 이유로 체포됐다. 800명 이상은 아직 구금 중이다.
알프레도 로메로 포로 페날 대표는 실패로 돌아간 군사봉기와 군사봉기 촉구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 사이에 339명이 체포됐으며 82명은 여전히 수감 중이라고 전했다.
전날 검찰은 같은 기간에 233명이 체포됐다고 밝힌 바 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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