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이중근(79) 부영그룹 회장이 이른바 '황제보석'을 누리고 있다며 재수감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는 8일 이같이 주장하고 이 회장의 보석(보조금 등 조건을 내건 석방) 취소와 재수감을 요구하는 시민 행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구속된 후 20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병보석을 청구했고 법원은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지정된 병원과 법원 출석 외에는 외출을 못 하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장은 '황제보석'이나 다름없는 병보석으로 161일 만에 풀려났고 이후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며 "그러나 법원은 기존 보석 조건을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할 경우 미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일반적인 보석으로 변경해 줬다"고 지적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 회장은 올해 초 대한노인회 회장 자격으로 이 노인회의 이사회에 참석해 총회 연설을 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에도 부영그룹 소유의 무주 덕유산리조트를 찾아 '2018년 대한노인회 합동 워크숍'에서 개회 연설을 했으며 이달에도 대한노인회에서 열린 노인 정책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이 회장의 혐의 대부분이 회사 경영과 관련돼 있다"며 "주거를 제한하지 않는 보석 결정으로 회사 등지에서 임직원들을 만나 증거인멸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재판부가 허가한 '황제보석' 탓에 결국 이 회장은 증거인멸의 특혜까지 보장받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대표적인 사법 적폐로 규정하고 보석 취소와 재수감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시민 행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4천300억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비롯해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 모두 12개 혐의로 지난해 2월 구속기소 됐다.
그는 5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 "수감 생활로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며 불구속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같은 해 11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이 회장은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4천300억원의 혐의 액수 중 횡령액으로는 366억5천만원, 배임액으로는 156억9천만원가량만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의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만큼 항소심에서 그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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