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 16년째 목욕차량 17대 기증…"부모있는 사람들 부럽죠"

입력 2019-05-08 12:18  

현숙, 16년째 목욕차량 17대 기증…"부모있는 사람들 부럽죠"
어버이날에 경남 산청 찾아 목욕봉사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효녀 가수' 현숙은 12년 전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고 마음이 울적하던 때 경남 산청에서 열린 공연에 출연했다. 그때 98세 되신 할아버지가 만류하는 사람을 제치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할아버지는 파자마 같은 속바지 주머니에서 돈 1만원을 꺼내 현숙에게 쥐여줬다.
"할아버지께서 '그간 부모 모신다고 고생했다' 하시면서, '부모도 안 계시는데 아프면 큰일 난다, 약 사 먹으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 생전 꼭 찾아와 목욕시켜 드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마 안 계시겠죠? 산청 가는 길에 그분이 떠올라 가슴이 저릿하네요."
현숙이 8일 어버이날을 맞아 경남 산청군을 방문해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을 위한 17번째 이동식 목욕 차량을 기증했다. 그는 2004년 고향인 전북 김제를 시작으로 지난해 강원도 지역에 2대까지 16대를 전달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목욕 봉사를 해왔다.
이날 오전 산청으로 가는 길에 전화 인터뷰를 한 현숙은 "산청의 그 할아버지가 약초 팔아 번 1만원은 제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였다"며 "그때 언젠가는 이 동네에도 돈 모아서 목욕 차량을 갖고 와야겠다 했는데 오늘에서야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가 매년 어버이날 즈음, 4천500만원 상당 목욕 차량을 마련해 전국 군과 면 단위 지역을 찾은 것도 올해로 16년째. 그럴 때마다 7년간 치매를 앓다가 1996년 별세한 아버지와 14년간 중풍으로 투병하다가 2007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가 그립다.
현숙은 "꽃가게 앞에 카네이션이 즐비해도 달아드릴 부모가 없다는 사실이 올해는 새삼 슬프더라"며 "그 카네이션 한 송이의 의미가 소중한 걸 몰랐는데…. 부모님이 있는 사람이 가장 부럽다. 창밖을 보고 있으니 눈물이 글썽해진다. 좀 전에 지인이 보내준 자식 생각하는 부모 마음에 대한 글을 읽으니 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차량 기증에 그치지 않고 그 마을 고령의 어르신들을 씻겨드리는 목욕 봉사를 하며 자원봉사자들에게 노하우도 가르쳐준다.
"어르신들은 피부가 여려서 조심히 씻겨드려야 해요. 힘이 세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부모님 간호할 때 했던 노하우가 있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알려드리죠. 개운하게 목욕하시고서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어르신들을 보면 정말 기뻐요."
사실 매년 차량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지만 그는 수십년간 받은 사랑을 나누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이 일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년 치 방송과 행사 출연료를 모은 것 뿐이지, 제가 남들보다 부자여서 하는 일은 아니다"며 "사실 기업들도 어려워선지 올해는 행사가 많지 않아 좀 힘들게 마련했다. 어제 오후에서야 비용을 다 보내고서 어찌나 마음이 홀가분하고 좋았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뭘 줘도 아깝지 않지 않나"라고 웃어보였다.
그는 요즘 뉴스를 보면 가정불화 등 안타까운 소식이 너무 많아 속상하다면서 "부모는 살아생전에 잘 해드려야 한다"는 점을 거듭 말했다.
"부모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있어요. '부모는 열자식 거둬도 한 부모를 여러 자식이 못 거둔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속상하죠. 저도 어린 시절 한방에서 12남매와 부모까지 14명이 자며 컸어요. 발끝에서 자니 이불이 위로 끌려가 매번 배를 내놓고 잤죠. 농사철에 모내기도 돕고 새참 내가며 컸는데, 그래서 지금 건강한지도 모르겠어요."
그가 최근 낸 신곡 '김치볶음밥'도 가족과 이웃 간의 정과 사랑에 대한 노래다. '혼밥 메뉴에 최고봉 김치볶음밥 (중략) 함께라면 행복하죠 김치 김치볶음밥~.'
그가 고향에서 상경할 때 돈 1만원에 김치 한 통, 쌀 한 말 들고 왔던 걸 떠올리면 더욱 새록한 노래다.
"제가 사는 동네 윗집 언니가 해준 김치볶음밥을 그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을 때 정말 맛있거든요. 둘러 앉아 나눠 먹으니까요. 우리가 100년도 못 살잖아요. 가족 간, 이웃 간에 더불어 사랑하며 살아야죠."
그는 앞으로도 무대에 서는 날까지 목욕 차량 마련과 목욕 봉사를 계속할 생각이다. "전국 군과 면 단위까지 차량을 전달하는 것이 꿈"이란 목표는 변함이 없다.
뿐만 아니다. 그간 그는 고향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기부, 소아암 백혈병 어린이를 위한 수술비 지원, 보육 시설 기부 등 다양한 선행을 펼쳤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고액을 기부해 명예의전당에 이름을 올렸고,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도 됐다. 2016년 방송인 박수홍과 함께 행정자치부 국민추천포상 홍보대사로 위촉돼 홍보 영상 출연과 봉사 활동에도 참여했다.
나눔 활동을 죽 짚자 현숙은 "쑥스럽다"며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말을 돌렸다.
"오늘 사실 아무 스케줄도 안 잡았는데, 산청에서 어르신들 만난 뒤 저녁 즈음 청주에 들르려고요. 어버이날이니 후배 가수 추가열과 함께 어르신들을 위해 노래 씩씩하게 불러 드리고 서울 갑니다." 이 무대도 출연료 없는 노래 봉사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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