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증인 진술로는 유죄입증 충분치 않다"
구속기소 된 4명 중 2명 풀려나…한국대사관·유족, 대응 논의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3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인 사업가 지모(당시 53세) 씨가 현지 경찰관들에게 납치·살해된 사건 재판이 흐지부지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8일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중부 앙헬라 지방법원은 최근 지씨 납치·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둠라오 경찰청 마약단속팀장(경정)의 보석을 허가했다.
둠라오 팀장은 조만간 보석금 30만 페소(약 670만원)를 내고 석방될 전망이다.
필리핀에서 인력송출업을 하던 지씨는 2016년 10월 18일 앙헬레스 자택 근처에서 납치돼 마닐라의 경찰청 본부로 끌려간 뒤 살해됐다. 시신은 전직 경찰관이 운영하는 화장장에서 화장됐다.
납치범들은 범행 2주일가량 후에 몸값으로 500만 페소(약 1억2천만원)를 받아 챙기기도 한 사실이 2017년 1일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직접 지씨 부인을 만나 사과하고 엄벌을 약속했었다.
이후 현지 검찰은 주범인 이사벨 경사와 그가 배후로 지목한 상관인 비예가스 경사, 둠라오 팀장 등 4명을 구속기소 하고, 화장장을 운영하는 전직 경찰관을 방조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관련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 가운데 비예가스 경사가 국가 증인으로 지정되면서 올해 2월 석방됐다. 국가 증인이 되면 공범의 범행을 증언해주는 대가로 처벌을 면한다.
이에 따라 지씨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4명 가운데 2명이 석방됐거나 곧 풀려난다.
특히 법원은 둠라오 팀장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보석 허가를 받은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드물지는 않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증인의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공모를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둠라오 팀장의 무죄 판결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현지 검찰은 즉각 둠라오 팀장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필리핀 주재 한국대사관과 지씨의 부인은 오는 10일 현지 검찰과 만나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김홍곤 총영사가 9일 필리핀 법무차관을 만나 유족의 우려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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