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쇼핑몰 입점 논란에 적극 개입…때론 단체행동까지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과거 '침묵하는 다수'로 치부되던 소비자들이 최근 스스로의 편익과 관련한 주요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견을 개진하고 때론 단체행동에도 나서는 등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달라진 소비자들의 태도가 그동안 정부와 소수 이익단체 주도로 이뤄지던 여론 형성 과정에서 큰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던 소비자들이 최근 '통큰치킨' 논란과 대형 복합쇼핑몰 입점 등의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의 향방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0년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던 '통큰치킨'을 최근 9년 만에 다시 선보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롯데마트가 지난 2010년 기획 특가상품으로 선보였던 '통큰치킨'은 일반 프랜차이즈 브랜드 치킨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1마리 5천원에 불과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당시 여론은 롯데마트와 '통큰치킨'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대기업이 생계형 자영업자의 영역까지 파고든다는 윤리성 논쟁에서 시작된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당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기업인 롯데마트가 하루에 닭 5천 마리 팔려고, 왜 전국의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운영자 3만여 명의 원성을 사는 걸까요"라고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통큰치킨'은 정치권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행사 시작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초저가 경쟁 속에서 최근 9년 만에 다시 등장한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을 둘러싼 여론은 사뭇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을 다시 내놓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롯데마트의 반복적인 치킨 할인행사가 영세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판매 자제를 요청했지만, 상당수 소비자는 '통큰치킨'을 옹호했다.
오히려 잇단 가격 인상으로 주요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2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2만원 짜리 치킨보다 5천원에 불과한 통큰치킨이 훨씬 가치가 있다"는 등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롯데마트는 소비자 여론을 봐가며 행사 지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타필드 경남 창원 입점 논란도 소비자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례로 꼽힌다.
스타필드 창원은 신세계프라퍼티가 경상권에 처음 선보이는 복합쇼핑몰 프로젝트다. 다양한 쇼핑, 체험시설을 통해 고객의 만족을 극대화하고, 복합문화공간인 쇼핑테마파크를 조성해 경상권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중소상인들은 스타필드가 입점할 경우 지역 상권이 초토화된다고 반발하며 입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 3월 창원시에 스타필드 창원 입점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요청하면서 찬반 논란이 본격화됐고, 창원시는 이 문제를 공론화위원회 1호 의제로 선정해 시민참여 토론과 설문조사 등의 과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창원 시민들이 스타필드 유치를 위해 모임을 구성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론화위원회 주최로 열린 '창원 스타필드 공론화 간담회'에서도 지지자 100여명이 참석해 스타필드 입점 찬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진정한 소상공인 보호는 창원에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이라며 "스타필드가 들어서면 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유입돼 창원시 전체가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타필드 창원 공론화위원회의 공론화 참여방에는 500개가 넘는 시민들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스타필드 입점을 찬성하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서울시의 소극적 행정으로 6년째 표류 중인 서울 마포구의 롯데 상암쇼핑몰 역시 참다못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경우다.
롯데 상암몰 인근 주민들은 '서부지역 발전 연합회'를 결성해 입점 찬성 서명운동 등을 통해 서울시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7년 부산 연제구 이마트타운 추진 과정에서도 지역 상인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연제구 주민들이 적극적인 찬성 목소리를 내면서 해당 사업이 급물살을 탄 사례가 있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스스로의 편익과 관련한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며 "점점 소비자들이 여론 형성의 주체로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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