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구째 시속 146㎞ 속구로 완봉승…류현진의 끝없는 진화

입력 2019-05-08 15:35   수정 2019-05-08 22:04

93구째 시속 146㎞ 속구로 완봉승…류현진의 끝없는 진화
다저스 투수로는 커쇼 이후 3년 만에 완봉…경기 운영 능력 급향상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포수 러셀 마틴의 미트에 꽂힌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93번째 공 구속은 시속 146㎞짜리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전날까지 류현진을 상대로 6타수 4안타를 친 프레디 프리먼(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방망이는 류현진의 마지막 공에 헛돌았다.
한국시간 8일 어버이날에 애틀랜타를 제물로 시즌 4승째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완봉승을 낚은 류현진은 빼어난 경기 운영 능력을 뽐내며 다저스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입지를 넓혔다.
경기를 끝내는 순간,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순간까지도 류현진은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다.
던질 힘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방증이다.
류현진은 한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라는 선발 투수의 최소 몫에 집중했다.
불펜이 든든하기에 6회까지만 전력투구를 하면 자신에게도, 팀에도 좋은 결과를 안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이 부쩍 향상된 올해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 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8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켰고, 지난달 2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경기를 포함하면 세 경기 연속 7이닝 이상 투구를 할 정도로 건강한 류현진은 완투형 투수로 변모했다.
류현진의 완벽한 투구 덕분에 다저스 불펜은 편하게 하루를 쉴 수 있었다.
류현진이 9회에도 빠른 볼을 뿌릴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경지에 오른 정교한 제구에 있다.
류현진은 이제 1회부터 빠른 볼을 무작정 던지지 않는다. 아주 빠르지 않더라도 타자의 방망이가 나오기 힘든 곳에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를 꽂는다.
다저스 명투수 출신으로 현재 다저스 경기를 전담 중계하는 스포츠넷 LA에서 해설하는 '불독' 오렐 허샤이저도 경기 후 류현진의 속구 제구 능력과 체인지업을 완봉승의 배경으로 꼽았다.
스트라이크 존 내외곽에 걸치거나 급격하게 휘는 체인지업과 컷 패스트볼은 더욱 위력적인 주무기로 바뀌었다.
체인지업은 류현진이 병살타를 유도할 때 주로 던지던 결정구로 그의 위기관리 능력을 돋보이게 한 구종이다. 땅볼 유도엔 그만이었다.
이젠 스트라이크 존을 그대로 관통할 정도로 체인지업 컨트롤이 나아졌다.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구속보다 정교한 제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톰 글래빈과 그레그 매덕스를 떠올리게 한다"며 "최근 경지에 오른 류현진의 제구는 두 전설에 버금가는 인상을 준다"고 극찬했다.
제구가 통하니 적은 공으로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로 진화했고, 경기 마지막 순간까지도 강속구를 뿌릴 체력을 유지하게 됐다.
어깨 통증을 앓던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 무릎 재활 치료를 한 리치 힐 대신에 올해 다저스의 정규리그 홈 개막전 선발로 나선 류현진을 두고 미국 언론은 커쇼를 대신한 '땜질'이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류현진은 최근 3경기에서 커쇼, 힐을 능가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 실질적인 다저스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류현진이 커쇼(2016년 5월 24일 신시내티전) 이래 다저스 투수로는 3년 만에 완봉승 계보를 장식했다는 사실 자체가 달라진 그의 위상을 보여준다.
빅리그 전체에서 올해 완봉승을 수확한 투수는 류현진을 포함해 5명뿐이다. 지난해에도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19명에 불과했다.
cany99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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