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투쟁 중인 한국당, 협상 테이블로 불러낼 '묘수' 주목
추경 심사·민생법안 처리 등 원내 현안 산적
與 '투톱'으로 총선 승리·정권 재창출 발판 마련 임무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20대 국회의 마지막 여당 원내사령탑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여야 대치로 멈춰버린 국회를 정상화 해야 하는 무거운 책무를 지게 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과의 협상 재개로 꽉 막힌 정국에 돌파구를 마련하고,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개혁법안을 차질없이 통과시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띤 것이다.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 대치 이후 여야 협상은 '올스톱' 상태다.
전임 홍영표 원내대표는 고별사에서 "국회 상황이 너무 어려워져 후임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거듭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당은 장외투쟁이 한창이다.
황교안 대표는 부산·경남(PK)을 시작으로 '민생투쟁 대장정'에 나섰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당 회의와 토론회 등을 주재하며 대여공세의 원·내외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
이에 8일 원내지휘봉을 거머쥔 이 원내대표는 이르면 9일부터 한국당 원내지도부와 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나 원내대표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와 앉도록 하는 것이 1차 과제다.
야당과의 협상에서 5월 임시국회 소집과 의사일정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느냐는 이 원내대표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민주당의 새 원내지도부 출범이 여야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이 '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은 아닌 만큼 타협의 여지가 남아있기도 하다.
강 대 강으로 충돌했던 여야가 공히 명분과 실리를 크게 잃지 않으면서 다시 마주 앉을 수 있도록 '퇴로'를 마련하는 일은 이 원내대표의 '묘수'에 달렸다.
강성 이미지를 벗고 '변화'를 어필했던 이 원내대표가 실제 임기를 시작한 후에도 유연한 협상가의 면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 원내대표가 보수 야당에 공세적 태도를 고수할 경우 그의 파트너인 원내수석부대표의 대야 접근법에 관심이 쏠릴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는 6조7천억원 규모의 추경안 심사를 비롯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이 꼽힌다.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은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이전에 5·18 진상조사위원회를 출범해야 하는 난제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어렵사리 궤도에 올린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을 본회의 가결까지 관철하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를 위한 법안, 유치원 3법 등도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원내대표는 조만간 청와대와 상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 카드를 야당에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을 지키되 양보할 것은 통 크게 양보하는 전략을 구사할지 주목된다.
산적한 원내 현안과는 별개로 이 원내대표에게는 내년 총선 승리에 기여해야 하는 책임도 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손발을 맞춰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원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면서 정권 재창출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한 '야전사령관'이자 '미드필더'로서 당내 변화와 통합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공약한 것처럼 이 원내대표가 선거 국면에서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민주당 의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원내대표가 86세대 대표 주자로서 이해찬 체제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며 균형을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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