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육안으로도 보여"…하루 50여척 몰려 2배가량 증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서해 북단 연평도 어장의 봄 어기(4∼6월) 꽃게잡이 철이 시작되자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보다 2배가량 증가한 중국어선은 해경의 나포 작전에 대비해 고속엔진까지 장착하고 이른바 '게릴라식'으로 불법 조업을 하는 실정이다.
9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인천시 옹진군 연평어장의 봄 어기 꽃게 조업이 시작된 지난달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58척이었다.
금어기인 올해 1∼2월에는 불법 중국어선이 하루 평균 10척가량에 그쳤으나 3월부터 30여척으로 늘더니 본격적인 조업 철인 이달 들어서는 88척까지 증가했다.
특히 꽃게 어장이 있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 중국어선이 몰려 이달에만 매일 50척 가까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5월 연평도 인근 해상에 하루 평균 22척뿐이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한 연평도 어민은 "연평도 동북단과 북한 석도 사이 해상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최정민 서해5도 특별경비단 경비작전계장은 "연평도 북쪽 해상은 북한과 맞닿은 구역으로 파도가 거세지 않다"며 "소규모 중국어선이 장기간 머물며 불법조업을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조업이 늘자 해경에 나포되거나 우리 해역 밖으로 쫓겨나는 중국어선 수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서해 NLL 해역에서 해경에 나포된 중국어선은 3척뿐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벌써 7척이나 붙잡혔다.
또 같은 기간 퇴거 조치된 중국어선의 경우 지난해에는 52척이었지만 올해에는 벌써 436척에 달했다.
과거 불법 중국어선은 나포 작전에 나선 해경 대원이 배에 올라타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선체 양쪽에 쇠창살을 설치해 두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강하게 저항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엔진을 3∼4개씩 단 고속보트를 활용해 치고빠지는 게릴라식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
최 계장은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모(母)선 1척을 서해 NLL 선상에 두고 고속보트 형태의 자(子)선 1∼2척을 NLL 남쪽으로 보내 불법 조업을 한다"며 "고속보트를 개조해 엔진을 4개까지 장착하면 50노트(시속 92㎞)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나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불법조업 중 해경에 나포된 고속보트 형태의 중국어선 2척은 엔진 과부하로 멈춰 서면서 덜미를 잡혔거나 어선 선체가 해저에 얹혀 나포됐다.
중부해경청 소속 서해5도 특별경비단은 서해 NLL 인근 해역에 500t급 중형 경비함정 3척을 배치하고, 특수진압대와 함께 방탄정 2척도 투입해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차단하고 있다.
중부해경청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성어기가 시작돼 불법 중국어선이 늘면서 나포나 퇴거 조치한 실적도 덩달아 증가했다"며 "우리 해역에서 어민들이 안심하고 조업할 수 있도록 단속을 계속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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