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어렵다" 총선 위기의식…민평련에 친문까지 이인영 지지(종합)

입력 2019-05-08 19:36   수정 2019-05-09 06:47

"이대론 어렵다" 총선 위기의식…민평련에 친문까지 이인영 지지(종합)
부엉이모임 지지 주효…민평련·더좋은미래 존재감 과시하며 압승 견인
'친문 일색' 피로감도 작용…체급 낮춘 이인영 배수진 '통했다' 평가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이변이라는 평까지 나왔다.
8일 실시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 대표인 이인영 의원이 '친문(친문재인) 실세' 김태년 의원을 예상을 뛰어넘는 표차로 꺾었다.
이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는 전체 125표 중 과반에 가까운 54표(43.2%)를 얻으며 37표(29.6%)를 얻은 김 의원을 17표 차로 여유 있게 눌렀다. 3위인 노웅래 의원은 34표(27.2%)를 얻었다.
2·3위 표차가 3표에 불과한 예상 밖의 결과에 의총장은 술렁였다.
이 원내대표는 김 의원과 결선투표에서도 총 125표 중 76표(60.8%)를 얻어 49표(39.2%)를 얻은 김 의원을 27표 차로 물리쳤다.
당초 김 의원과 초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이라는 당내 예측이 처음부터 끝까지 빗나간 셈이다.
특히 김 의원은 올 초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그만두며 일찌감치 선거운동에 돌입하며 표심을 호소했지만,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이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참패했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이변의 가장 큰 이유로 지난 4·3 재보선 전패 과정에서 온몸으로 체감한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를 거론한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 의식 속에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진보·개혁성향 의원들의 정치행동·정책의견 그룹인 더좋은미래 등 개혁그룹이 전방위적으로 힘을 발휘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친문 사조직인 '부엉이모임'이 지지를 보낸 것도 이 원내대표 압승을 견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내에선 그간 홍영표 원내대표와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이 원내대표를 물밑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설이 공공연히 나돌았고, 이는 실제 표로 증명됐다.
이해찬 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김 의원 역시 친문의 지지를 자신하는 상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원내대표 역시 친문 핵심인 부엉이모임을 등에 업어 친문표를 대거 거머쥔 게 사실이다.
당 일각에서는 친문그룹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이 원내대표에 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친문 의원의 70% 정도는 이 원내대표를 찍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내 친문 진영 분화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부엉이모임'이라는 친문 핵심그룹이 이 원내대표를 지지함으로써 범문(범문재인)으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의 선출은 친문 분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친문과 비문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김 의원은 친문인데, 부엉이모임이 친문이 아닌 이 원내대표를 지지한 것 자체가 친문과 비문의 경계가 없어진 것으로 해석한다"며 "친문·비문 대결 구도가 총선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모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경선은 당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당장 총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당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압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주류 일색으로 지도부가 꾸려지는데 대한 피로감이 크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 같은 색채로 꾸려지는 것에 대한 의원들의 거부감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이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만큼 같은 계열 인사가 대표와 원내대표 모두를 하는 것이 총선에서 과연 좋은 결과를 낳을까 하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적 판단' 외에도 유권자인 의원들의 개별적인 판단도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김 의원이 집권 후 핵심 당직인 정책위의장을 하다가 바로 원내대표까지 하는 데 대한 거부감, 당 대표 선거에서 원내대표 선거로 체급을 낮춰 '나부터 변화하겠다'고 외친 이 원내대표에 대한 호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강성 운동권', '원리원칙주의자' 이미지의 이 원내대표가 선거운동 기간 희끗한 머리를 염색하거나, 동료 의원들에게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등 변화한 모습을 보이는데 주력한 점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원내대표는 검은색으로 염색한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머리부터 바꿨다. 당신의 변화를 입증하라는 의원님들 주문에 대한 제 대답"이라는 말로 정견발표를 시작하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1차 투표에서 비문인 노웅래 의원이 2위를 차지한 김 의원(37표)과 불과 3표가 부족한 34표로 3위를 차지하며 선전한 것도 주목할 포인트다.
노 의원이 이처럼 선전한 것은 원내대표 경선 도전만 '3수'라는 데 대한 동정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의원이 1차 투표에서 얻은 비문 표는 결선에서 이 원내대표에게 거의 그대로 이동하며 결국 이 원내대표가 예상 밖 많은 표를 받는 결과를 낳았다.
s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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