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프로그램 돈줄 차단 위해 '철강 등 광물 분야 제재' 행정명령 즉각 발령
트럼프 "행동 바꾸지 않으면 또 제재…핵 야욕 버리고 협상테이블 나와라"
美 이란핵합의 탈퇴 1년 맞아 양국간 긴장 최고조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8일(현지시간) 이란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의무이행 일부 중단 선언에 맞서 대(對)이란 추가제재 부과를 단행했다.
이란의 선언이 이뤄진지 몇 시간만에 제재 방침을 예고한 뒤 곧이어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즉각적인 맞대응을 통해 최대 압박 전략을 확인하며 옥죄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지난 2015년 이란과 서방이 타결한 이란 핵 합의 탈퇴를 선언한 지 이날로 꼭 1년이 되는 가운데 이란의 핵 개발 재개 시사와 미국의 즉각적인 '맞불'로 양국의 강 대 강 대치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외화벌이 원천인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 철 분야를 겨냥한 신규 제재를 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그 목적에 대해서는 핵 무기 프로그램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헤란은 근본적으로 행동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추가 조치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추가 제재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뒤 "이란산 철강과 그 외 금속 제품을 항구로 들이는 나라들은 더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을 향해 "핵 야욕을 버리고 파괴적 태도를 바꾸는 한편 이란 국민의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며 선의를 갖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제재는 이란산 광물 제품 거래에 관련된 해외 금융 기관에 대한 제재 내용도 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행정명령이 발동되기 전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 등을 통해 "미국은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란이 행동 방식을 바꿀 때까지 최대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이번 발표를 '핵 협박'으로 규정한 뒤 "미국은 결코 이란의 핵 협박에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의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에 초점을 맞춰왔으며 그러한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1년 전에 비해 더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란의 핵합의 의무이행 일부 중단 선언이 국제적 규범을 위배하는 일이라면서 미국 또는 동맹들에 대한 어떠한 이란의 공격에 대해서도 병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훅 특별대표는 이란과의 새로운 협정에 대한 협상 의사를 밝히며 새 협정이 체결된다면 의회 비준 절차를 거치겠다고 말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예외가 적용되는 일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백악관의 팀 모리슨 대통령 특보 겸 대량살상무기(WMD) 선임 국장도 이날 오전 이란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만간 추가제재를 기대하라. 매우 곧"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위반하는 그 누구라도 적발되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금은 국제사회가 이란의 핵 위법행위를 강하게 규탄하고 미국의 요구를 준수하도록 이란 정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대이란 제재를 약화하려는 유럽 국가들의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신속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리슨 특보는 또한 유럽의 은행과 투자자, 사업가들을 상대로 유럽연합(EU)과 유럽측 이란핵합의 서명 3개국(영국·프랑스·독일)이 이란과의 교역 전담을 위해 설립한 '금융 특수법인'(SPV)과의 거래를 하지말라는 경고장도 날렸다.
그는 "은행이나 투자자, 보험업자, 또는 유럽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SPV와 거래를 하는 건 매우 잘못된 사업적 선택"이라고 지적한 뒤 이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유럽에 대한 핵 협박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유럽 측 서명국들과 EU는 이란의 맞탈퇴를 우려,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이란과 교역을 전담하는 SPV를 지난해 11월까지 세우기로 한 바 있다. SPV 설립은 차일피일 지연되다 올해 1월 '인스텍스'라는 회사가 세워졌으나 넉달간 운용 실정은 '0'인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야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정책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상원 중동소위의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미국을 안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했고,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행정부에 이란 관련 의회 보고를 요구했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범위를 넘는) 농축 우라늄의 초과분과 중수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고 저장하겠다"며 핵합의 의무 이행을 일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5일 '이란 정부군에 의한 위협 징후'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며 중동 내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 배치를 발표한 바 있다. 7일에는 유럽을 순방 중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독일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이라크를 깜짝 방문, 대이란 메시지를 발신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핵 합의 탈퇴 선언 후 지난해 8월7일 이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개인에 대한 1단계 대이란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복원한데 이어 지난해 11월5일 석유제품 등에 대한 2단계 제재를 시행했다.
미 국무부는 이와 함께 지난 4일부터 우라늄 농축 활동,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 생산과 연결된 중수 보관을 지원하는 외국의 활동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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