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당시 전두환 광주방문 밝힐 비밀열쇠는…'방탐 기록'

입력 2019-05-09 10:35  

5·18 당시 전두환 광주방문 밝힐 비밀열쇠는…'방탐 기록'
극비 통신보안부대 광주서 암약…"기록 남아있을 것" 증언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증언으로만 존재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당시 광주 방문설을 입증할만한 물적 증거의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광주에 주둔하던 '통신보안부대'가 타 부대 통신 내용을 몰래 수집한 '방탐(方探) 기록물'로 전 씨의 광주방문 때 군 통신 내용이 그대로 녹음돼 있을 것이라는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9일 보안사령부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5월 항쟁 당시 광주에는 505 보안부대와 별도로 보안사령부 소속 '615 통신보안부대'가 활동하고 있었다.
당시 대통령령으로 정한 국군보안부대령은 보안사령부와 보안부대 외에도 부대지원 보안부대, 통신보안부대, 보안교육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615 통신보안부대는 505보안부대의 명령·보고 체계에서 벗어난 독립된 부대로 광주 상무대에 주둔하며 주요 방탐 활동을 했다.
방탐이란 유·무선 통신이 이뤄지는 위치를 찾아내는 기술로 교신의 내용까지 도·감청할 수 있다.
이러한 방탐 장비를 통해 남파간첩을 감시·적발하는 임무를 맡았던 통신보안부대는 역쿠데타를 우려한 신군부의 지시로 아군의 무전·통신 내용까지 방탐 대상으로 삼았다.
이 관계자는 "12·12 이후 전 씨가 가장 우려했던 건 군 내부의 반기 세력이었다"며 "전 씨는 최측근인 정호용 특전사령관까지 방탐할 정도로 누구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5월 항쟁이 한창이던 5월 21일 전씨가 광주를 방문했다면 내·외부적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615통신보안부대의 필수 임무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전 씨가 방문한 1전비(제1전투비행단·광주송정공항) 주변을 집중 방탐했을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신보안부대의 방탐 활동으로 포착된 교신 내용은 장비의 특성상 편집·수정을 할 수 없어 날 것 그대로 마이크로필름에 저장됐다.
방탐 기록은 북한의 대남 공작활동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한·미 공조를 위해 함부로 폐기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문서와 달리 마이크로필름에는 음성이 고스란히 저장돼 왜곡·변조를 할 수 없다"며 "여기에는 전 씨가 광주를 오간 상황뿐만 아니라 광주 항쟁 당시 군 내부의 은밀한 교신들이 모두 들어있을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어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이 기록물을 확보한다면 풀리지 않은 의문들을 모두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39년 동안 이뤄진 진상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상당수 마이크로필름은 내용이 지워진 채 발견된 바 있어 615통신보안부대가 생성한 자료가 그대로 남겼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 정보요원 출신인 김용장씨는 지난 3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 씨가 21일 점심 즈음 광주를 방문해 정 사령관과 이재우 505보안부대장을 만나 회의를 하고 돌아갔다"며 "전 씨가 발포 명령을 내린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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