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주로 도시화에 의한 문제'라는 오랜 통념에 어긋나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도시보다 농촌 지역에서 비만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AFP통신이 8일 보도했다.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된 세계 200여개국·지역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85년부터 2017년 사이 농촌의 남녀 거주자 평균 체중은 5∼6㎏가량 늘어난 반면 도시 거주 남녀의 체중 증가 폭은 이보다 각각 24%와 38% 밑도는 수준이었다.
비만이 주로 도시화에 의한 문제라는 오랜 통념에 어긋나는 결과다. 이런 통념 탓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들은 도시를 대상으로 한 홍보 활동, 운동을 권장하기 위한 도시 공간의 확보, 스포츠 시설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집중하고 있었다.
연구를 이끈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ICL) 공중보건대학원의 마지드 에자티 교수는 인구의 도시 집중이 비만 확대의 주요인이라는 상식을 뒤엎는 것이라며 "글로벌 보건문제를 다루는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음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만은 지역을 불문하고 확대되는 추세로, 심장 질환과 당뇨병, 각종 암 질환의 증가를 초래하는 탓에 글로벌 공중보건분야에서 각별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세계비만연맹이 추산한 바에 따르며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피해를 억제하기 위해 연간 지출되는 비용은 2025년에 3조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네이처에 발표된 분석자료는 체질량지수(BMI)를 비만 여부를 가름하는 척도로 삼았다. BMI가 25를 넘으면 과체중, 30을 넘으면 과체중으로 간주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세계적으로 약 20억명이 과체중에 속하며 이들 중 3분의 1이 비만 상태에 있다. 1975년과 비교하면 2017년 현재 비만 인구는 3배가 늘어난 것으로 돼 있다.
선진국에서는 농촌 거주자의 비만이 이미 1985년부터 전반적으로 도시 거주자를 앞서기 시작했고 특히 농촌 여성들의 비만 증가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과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건강식품을 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용 부담이 크며, 자동차 의존도가 커지고 단순 노동이 줄어든 것 등이 농촌 거주자의 비만을 촉진한 요인들로 지적됐다.
에자티 교수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도지 지역은 균형적인 영양분 섭취, 더 많은 운동과 레크리에이션, 전반적인 건강 상태 개선을 위한 다양한 기회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55%는 대도시나 위성 도시들에 거주하고 있고 금세기 중반에는 그 비율이 6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와서는 저개발국과 중진국들의 농촌 지역에서 과체중 성인의 비율이 도시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배리 팝킨 교수는 이들 국가의 농촌 지역이 도시 지역의 양상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하고 농촌에서 가공식품의 보급이 늘어나고 영농과 수송 장비를 값싸게 살 수 있는 것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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