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된 교육제도…학교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입력 2019-05-09 15:13  

낙오된 교육제도…학교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미국 혁신교육 현장 200곳 탐방기 '최고의 학교' 출간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학생들은 무엇을, 언제 공부할지 지시받으며 학습한다. 꼭 필요한 자질을 발전시키기보다 이런 학습 내용을 익히기 급급하고,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면서 남들을 능가하도록 압박받고 때때로 목적의식을 상실한다."
미국의 교육혁신 전문가 테드 딘터스미스가 신간 '최고의 학교'(예문아카이브)에서 미국의 전통적 교육 방식의 문제점을 언급한 부분 중 일부다. 한국의 입시 위주 주입식 교육에 대한 비판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게 들어맞는다.
40년간 공공정책과 교육 자선사업 등을 통해 학습개혁을 이끌어온 저자는 "전통적 학교들은 오늘날의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 아이들을 마차들에 태우고 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100년 전 '공장형 모델'에 바탕을 둔 학교 교육은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개발과 자동화로 인간이 일자리를 놓고 스마트 기기와 경쟁하는 세상이다. 여기서 차별화하려면 창의력이 있어야 하는데, 정작 학교에서는 정의와 공식을 머릿속에 집어넣기 바쁘고 엄격한 규칙을 따르도록 훈련받는다. 결국 혁신의 시대에 무방비로 당하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했다.
저자는 40주 동안 미국 전역의 선도적 학교 200곳을 방문해 아이들의 재능을 꽃피워주는 혁신의 현장을 목격했다. 지역 포럼 100건, 교육지도자 회의 1천건에도 참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학교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보여준다. 전통교육의 문제점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생한 사례를 통해 교육혁신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실용적인 방법까지 소개한다.
아울러 학교, 부모, 교육자, 지도자, 지역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누군가에게 '한 분야를 가르치는 것'과 '그 분야에서 전문가처럼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간단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 수학자처럼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것'이 더 뛰어난 재능이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실제로 그 주장을 실천에 옮기는 학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저자는 혁신적인 교육 현장에서 네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목적의식(Purpose), 필수역량(Essentials), 주체성(Agency), 지식(Knowledge)이다.
목적의식이란 학생들이 중요하다고 판단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향상해줄 만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필수역량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역량과 사고방식을 습득하는 것이다.
주체성은 자발적으로 학습에 임하고, 의욕적이며 자기주도적 성인으로 자라는 것이다.
지식은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창조하고 만들고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다.
저자는 네 가지의 앞글자를 딴 'PEAK 학습환경'을 적용하면 21세기형 교실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교육개혁은 오랜 화두지만 현실에서 혁신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독자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교육제도의 틀 안에서 우리가 어떤 변화를 도모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고민에도 답한다.
"우리가 지도층으로 여기고 있는 이들이 실질적 변화를 일으켜주길 기대해봐야 분통만 터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학교에 위로부터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바라기 어렵다면 한 번에 한 교실, 한 학교, 한 교육구 씩 변화하는 방법이 있다."
장미나 옮김. 360쪽. 1만6천원.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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