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미사일 '야르스' 등 등장…푸틴 "테러리즘과의 싸움서 협력할 것"
참전 선조 사진 들고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사도…푸틴도 동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4주년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가 올해도 성대하게 펼쳐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참전 노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퍼레이드에는 1만3천여명의 군인이 참가하고, 130여대의 각종 무기 및 군사 장비 등이 선보였다.
통상 군사퍼레이드의 마지막을 장식하던 공군 에어쇼는 올해엔 기상 조건이 나빠 취소됐다.
TV로 생중계된 군사퍼레이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돼 각종 부대와 무기 및 군사 장비의 분열식 등으로 이어지며 약 1시간 5분 동안 펼쳐졌다.
퍼레이드는 지상군 사령관 올렉 샬류코프의 안내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도열한 부대들을 사열하면서 시작됐다.
[로이터]
푸틴 대통령은 분열식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러시아는 계속해 국방력을 키우고 있고 강화해 나갈 것이지만 테러리즘·극단주의·신나치주의 등과의 싸움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대조국 전쟁(2차대전의 러시아어 명칭)과 그것의 진실에 대한 기억(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양심이자 책임"이라면서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고의로 전쟁의 사건들을 왜곡하고 나치에 봉사한 사람들을 떠받들고 자신의 자식들에게 비양심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선조들을 배신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영웅들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신성한 의무다. 우리는 승리의 세대 모든 베테랑에게 머리를 숙인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각종 군종과 병종의 35개 군부대 군인들의 분열이 진행됐고 뒤이어 무기와 군사 장비들의 행렬이 붉은광장을 지나갔다.
1944년에 생산된 T-34 탱크를 시작으로 차세대 주력전차 T-14 '아르마타', 장갑수송차 '부메랑', 방공시스템 '부크'와 '판치리' 등이 줄을 이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첨단 방공미사일 S-400과 전략미사일(핵미사일)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 등도 위용을 자랑했다.
당초 퍼레이드의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던 공군기 74대의 공중 분열식은 낮은 구름과 안개 등의 나쁜 기상 조건으로 전격 취소됐다.
러시아는 1812년 모스크바를 침공했던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조국전쟁', 나치 독일과의 2차 대전을 '대(大) 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두 전쟁에서의 승리를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군인뿐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세계 제패를 꿈꾸던 정복자들을 무찌르고 러시아와 세계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다.
러시아는 대조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붉은광장에서의 군사퍼레이드에 이어 오후 3시부터는 시민들이 2차대전에 참전했던 선조들의 사진이나 초상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 행사가 진행됐다.
모스크바 중심가 북쪽에 위치한 '디나모'역 근처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크렘린궁 앞의 붉은광장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약 4.5km를 행진했다.
푸틴 대통령도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중상을 입었던 부친의 사진을 들고 이 행사에 참여해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행진했다.
푸틴은 거리 행진 뒤 자국 TV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이 모든 퍼레이드와 행진은 무기 소리를 내면서 누군가를 겁주려는 것이 아니라 승리자들의 명예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역사와 인류 역사에서 유사한 일(전쟁)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승리자들에게 관심의 표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우랄산맥 인근 도시 튜멘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불멸의 연대 행사는 러시아 국내 주요 도시들은 물론 외국 도시들에서도 거행된다.
올해 모스크바 행사에는 약 100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옛 소련은 2차 세계대전에서 약 2천700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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