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정성조 기자 = 북한이 9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발사에 나서면서 막 '첫발'을 뗀 정부의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오후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으며,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와 270여㎞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통일부가 대북 식량지원 추진 방침을 공식화한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통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북 식량지원을 지지하자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는 식량 지원의 구체적 시기와 방식, 규모 등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10일에는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간의 협의가 예정돼 있다.
한미가 대북 식량지원 논의를 막 본격화한 시점에 북한이 사거리를 늘린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앞으로의 논의에 어려움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북한은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하에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240㎜ 방사포와 300㎜ 대구경 방사포를 발사했다. 전술유도무기의 경우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사실상 판단하고 있다.
이후 한미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을 고려해 인도적 지원 의지를 밝혔음에도, 북한은 그 직후 또다시 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쏘며 강경 태도로 나온 것이다.
닷새 만에 다시금 이뤄진 북한의 '무력시위'는 대북 인도지원을 둘러싼 국내외의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전망된다.
북한이 식량지원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남측의 시도에 군사적 제스처로 응답한 것은 북미협상에서 남측 역할, 한미의 군사 태세 등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전날 밤 외무성 대변인과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단 대변인의 언론 문답에서 전술유도무기 발사와 관련한 외부 비판을 반박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문제 삼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미 정상 통화에서 식량 지원 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 이런 경제문제가 근본 문제가 아니라는 걸 강하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해석했다.
정부도 식량지원 방안을 검토하거나 앞으로 북한의 의사를 타진하는 데 있어 이런 북한의 태도와 상황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 내에서는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은 다른 사안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지원 방침을 밀고 나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이번 발사체가 지난 4일과 같은 단거리 기종이고 탄도미사일 여부 등 성격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점도 정부는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시사프로그램인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북한 발사체에 대해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며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미의 발사체 제원 분석 상황 등을 보아가며 신중하게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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