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9일(현지시간) 이란이 2015년 국제사회와 체결한 핵 합의 내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이란에 완전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 정부는 전날 이란 정부의 발표와 관련해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 탈퇴한 지 1년이 되는 지난 8일 세계 주요국가들이 핵 합의에서 약속한 이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핵 합의 내용의 이행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일차적으로 이행중단을 밝힌 핵 합의 내용은 한도량 이상의 3.67% 농축 우라늄과 중수를 국외로 실어 내기로 약속한 한 것으로, 이란은 이를 국내에 계속 저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EU가 석유와 금융 분야에 부과된 제재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향후 60일 내에 강구하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핵 합의에서 이란이 약속한 것에 대한 이란의 (최근) 발표에 큰 우려를 나타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 합의의 보전과 완전한 이행을 전적으로 약속한다"며 "이란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핵 합의를 이행할 것과 상황을 악화하는 조치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어떠한 최후통첩도 거부하고 이란의 핵 합의 이행을 평가할 것"이라면서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하는지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합의 일방 탈퇴와 이란에 대한 제재 재부과에 대해 유감을 나타낸 뒤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이란과 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인 '인스텍스(INSTEX)'의 가동을 포함해 이란과 합법적인 교역이 계속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에 국제사회와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에 불만을 드러내며 작년 5월 핵 합의에서 일방 탈퇴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이에 대해 EU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이란 핵 합의가 중동지역과 전 세계 안보를 위해 중요한 축이라며 미국의 핵 합의 탈퇴를 만류하고 대이란 제재부과에 반대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마이웨이'를 걷고 있고 이란도 이에 반발하고 있어 이란 핵 합의 유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편, EU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이 미국의 금융제재를 받지 않고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인스텍스'라는 대(對)이란 교역 전담 금융회사를 지난 1월 설립했으나 아직 본격 가동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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