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추가 발사' 촉각…유화 손짓 보내던 트럼프 셈법 복잡

입력 2019-05-09 23:36  

美, 北 '추가 발사' 촉각…유화 손짓 보내던 트럼프 셈법 복잡
'핵·미사일 실험 중단' 외교실적 자랑하던 트럼프 대응 주목
비건 방한 와중…대북 인도적 지원 논의 등에 변수 되나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9일(현지시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2발을 발사한 데 대해 그 배경과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세웠다.
미 정부는 한국시간으로 지난 4일 북한이 발사체 발사에 나섰을 당시 북한의 궤도이탈을 막기 위해 맞대응을 자제하며 절제된 기조를 이어왔지만, 북한이 5일 만에 다시 '도발적 행동'에 나서자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 중인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을 향한 북한의 직접적 메시지 타진이라는 분석이 미 조야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며 향후 대북 기조를 잡아갈지 주목된다.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 선언 1주년을 기해 이란도 핵 합의 의무이행 일부 중단을 선언, 핵 활동 재개를 시사하고 이에 미국이 신규 제재 등으로 맞불을 가하며 '최대 압박'에 나서는 등 미·이란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미국으로선 전선이 더 복잡해진 상황이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의 발사에 대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라고 발표했다.
군 당국이 북한이 쏜 발사체를 사실상 미사일로 규정지은 것은 지난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지난 4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 이후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로키 모드'를 보여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다시 한번 대북 외교를 놓고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발사체 발사 후 약 13시간 만에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지난 7일 밤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 간 통화에서는 한국 정부의 인도적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지지를 표명,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내밀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적 제스쳐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추정발사체' 발사로 '응수'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더구나 5일 만에 이뤄진 이번 추가 발사가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중에 이뤄진 점을 들어 미언론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 식량 지원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김 위원장이 '연말 시한'을 제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데 대해 미국이 "서두를 게 없다"며 '빅딜론'을 고수하는 가운데 북측이 다시 한번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5일만에 이뤄진 이번 추가 발사에 대해 '미사일'로 규정한 가운데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최대 외교 실적으로 꼽아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처지가 됐다. 경우에 따라 대북 외교의 실패를 자인해야 하는 수세에 몰릴 수 있게 되면서다. 이는 재선 가도에서 정치적 부담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탄도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그동안 단거리의 경우 추가 제재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미 조야의 대북 압박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지난 4일 발사체 발사 후 미 의회 등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 강화 요구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론에 더욱 힘이 실릴 공산도 커 보인다. 향후 전개 추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 기조로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미 조야 내에서는 지난 4일 발사에 대해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다"라며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 약속 위반 논란에 선을 그었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북한의 추가적 '도발'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적 시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할 때 이번 추가 발사는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 활동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대북 인도적 지원 협의 논의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조야 내에서 인도적 지원도 비핵화 성과와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온 가운데 이번 발사로 인해 미 여론이 악화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불(不)개입' 원칙을 밝히면서 "우리의 초점은 비핵화에 있다"며 최대 압박 전략 유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번 발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낼지 그 '입'에 시선이 쏠리는 가운데 북한의 의도 및 배경 등에 대한 미 당국의 1차 분석 결과 등에 따라 대응 기조도 윤곽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이며 '일전'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추가 발사까지 이뤄지면서 미 당국으로선 전선이 한층 다층화된 셈이 됐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유럽 순방 기간 방독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이라크를 전격 방문했으며, 그 후에도 그린란드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길에 오른 상태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이란 상황 관련 회의 참석을 위해 유럽 순방 일정을 단축한 것이었지만, 북한의 발사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이 문제도 회의에서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국무부 당국자가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핵 재개를 시사한 이란을 향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이 대북 전략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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