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업무방해 징역 6월·집행유예 1년
재판부 "사기에 속아 광주 정치 신뢰 떨어뜨려…선거 전 사퇴한 점 고려"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권양숙 여사 사칭범에게 속아 공천 도움을 기대하고 거액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장현(70) 전 광주시장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시장이 금전을 제공한 시점과 문자메시지 내용, 진술 등을 토대로 사칭범에게 4억5천만원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공천 대가 성격으로 금전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12부(정재희 부장판사)는 1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시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칭범 자녀 2명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대해서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윤 전 시장은 권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의 요구를 받고 당내 공천에 도움을 받을 생각으로 2017년 12월 26일부터 지난해 1월 31일까지 4차례에 걸쳐 4억5천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김씨는 이날 공직선거법과 사기 혐의로 징역 4년과 추징금 4억5천만원, 사기 미수 혐의로 징역 1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윤 전 시장의 부탁을 받고 계약직 채용에 관여한 전 광주시 산하기관 사업본부장 이모(56)씨는 벌금 1천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시장은 당시 현직 광역단체장으로서 금품 요구를 단호히 거절해야 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경쟁자의 출마를 포기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광주 지역 정치와 선거 전반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지방선거 전 자진해서 사퇴해 실제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점, 시민활동가와 시장으로 활동하며 지역발전에 공헌한 점, 선처를 바라는 사람이 다수 있는 점, 사기 피해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윤 전 시장이 첫 통화에서 '큰 산', '첫 관문'을 언급하고 나중에 '큰 산 한 번 만 넘으면 경선에 나갈 수 있다'는 취지로 메시지를 보낸 점 등으로 미뤄 경선과 관련해 도움을 바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 때문에 도왔다는 윤 전 시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시장이 시민운동을 하며 노 전 대통령과 간헐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함께 공직생활이나 정치 활동을 한 적이 없는 점을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들었다.
권 여사의 육성도 잘 모르는 윤 전 시장이 전 영부인의 품격에 맞지 않는 요구를 확인조차 하지 않은 점도 긴밀한 인적 관계가 없는 것으로 봤다.
차용증이나 담보도 없고 변제 기한에 대한 진술도 일관되지 않은 점, 윤 전 시장이 이미 억대 대출이 있었던 점도 단순히 '선의'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다만, 선거 관련 도움을 바라고 공사의 정규직 제공 의사를 표시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지속해서 아들과 딸의 공사 정규직·학교 정교사 채용을 요구했으나 윤 전 시장은 '공채가 필요하다고 하고 학교 채용은 교육청에서 하니 해결책을 찾아보겠다'며 구체적으로 방법을 명시하거나 확정적인 약속을 하지는 않았다"고 무죄 사유를 설명했다.
윤 전 시장은 이날 재판을 마치고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법원을 떠났다.
are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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