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비만 예방엔 '충분한 수면·영양균형 식사·규칙적 신체활동'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서울 목동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민성이(가명)는 4학년 무렵부터 급격하게 체중이 불더니 지금은 누가 봐도 비만한 체형으로 변했다.
민성이는 여느 초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수업이 끝난 후 혼자서 학원 2∼3곳을 다닌다. 부모는 맞벌이 중이다. 그러다 보니 하교 후 식사가 애매해져 친구들과 틈틈이 편의점 등에서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때운 게 벌써 2년째다. PC방에 놀러 가도 민성이에게 햄버거나 라면은 필수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생활이 익숙해지다 보니 집밥을 차려줘도 '바깥 밥이 더 맛있다'면서 잘 먹지 않는다는 게 엄마의 하소연이다.
민성이와 함께 비만 클리닉을 찾은 민성이의 엄마는 "(아이가) 갑자기 살이 쪄 주말마다 친구들과 수영과 농구를 1시간씩 하도록 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살이 빠지는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요즘 소아·청소년들은 민성이처럼 성인 못잖은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교육부가 전국 1천23개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한 '2018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조사' 결과,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주 1회 이상 먹는 비율이 초등학생 65.9%, 중학생 77.6%, 고등학생 80.5%에 달했다. 주 1회 이상 라면을 먹는 비율도 초등학생 77.1%, 중학생 88.0%, 고등학생 82.2%나 됐다.
하지만, 채소를 매일 먹는 비율은 초등학생 28.9%, 중학생 24.9%, 고등학생 22.79%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소아·청소년의 비만군 비율은 2014년 21.2%에서 5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에는 25%(과체중 10.6%·비만 14.4%)에 도달했다. 덩달아 최근 5년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비만 진료비도 82.9%나 증가했다.
365mc 노원점 채규희 대표원장은 "소아·청소년일지라도 체지방률이 높아 건강을 위협할 정도라면 반드시 교정이 필요하다"며 "더욱이 어릴 적 비만한 체형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소아비만을 해소하는 3박자로 충분한 수면, 영양 균형이 맞춰진 식사,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꼽는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인 여건에서 이를 지키는 소아·청소년은 드문 게 현실이다.
채 원장은 "제때 식사하지 않고 간식으로 배를 채우다 보면 섭취 칼로리는 높아지고, 영양 균형은 떨어지기 쉽다"며 "특히 탄산음료나 주스 등 달콤한 음료를 물처럼 마시는 습관은 지방 세포를 키우는 최악의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비만이나 과체중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규칙적인 활동과 함께 영양 균형을 맞춘 식단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행동수정요법'을 시작하라고 권고한다.
다소 힘들어도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게 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하게끔 함으로써 '식사를 때우는' 행위를 버리도록 하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맛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좋아하는 메뉴를 건강식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좋다.
가령 햄버거와 콜라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탄산수와 저칼로리 호밀빵을 활용한 버거를 만들어주는 식이다. 또 치킨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시켜먹기보다 집에서 직접 닭가슴살을 에어프라이어에 튀겨주는 게 낫다.
다만, 아이들은 무턱대고 열량을 조절하면 성장에 방해가 되는 만큼 탄수화물 55∼65%, 단백질 7∼20%, 지방 15∼30% 비율을 맞추는 게 바람직하다.
또 아이에게만 살을 빼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금물이다. 주말에는 부모가 함께 등산, 트래킹, 공원 산책을 나서며 자연스럽게 칼로리 소모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들의 비만 예방을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노력도 매우 효과적이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관내 5개 초등학교에서 아동비만 예방사업으로 '움직이는 교실'을 시행했다. 움직이는 교실은 교실에 키 높이 조절 책상과 짐볼, 균형방석 등을 제공하고 교실 벽면에는 암벽과 같은 놀이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영양교육도 함께 시행한다.
이 결과 움직이는 교실을 도입한 학교 아이들의 체질량지수(BMI) 증가율은 3.78%로 이를 도입하지 않은 학교 아이들의 6.01%보다 크게 낮았다. 또 움직이는 교실에서 수업받은 아이들은 유연성, 순발력, 심폐지구력이 좋아지는 효과도 관찰됐다.
사업에 참여한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이들의 신체 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교실은 물론 운동장과 건물 사이 틈새에도 놀이 공간을 구성했다"면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아동비만을 예방하는 성공 모델로 확인된 만큼 여러 학교에 도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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