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모두 협의체 복원에 원칙적으로는 찬성
민주 "한국당이 협조해야 가능", 한국 "교섭단체 3당만 함께 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고상민 차지연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 재가동을 제안했지만, 꽉 막힌 정국과 여야의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실현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을 통해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논의를 위한 여야 지도부와의 회담을 제안하는 동시에 지난해 11월 첫 모임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여야정 협의체의 재가동을 강조했다.
즉각적인 성과는 못 내더라도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여야정 협의체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했던 여야 5당 모두 협의체 복원 등을 통한 대화와 협상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협의체 복원을 위한 세부 조건 등에 대해서는 견해차가 커 실제 가동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은 10일 문 대통령의 제안에 적극 찬성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비협조 때문에 협의체를 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우리 당의 기본 방향은 여야정 협의체 등을 통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하고 싶지만 한국당에서 응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또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논의를 위한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에 대해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집을 나가서 안 돌아오고 있지 않으냐"며 "일단 원내대표 선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추진해보고 그다음 스텝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한국당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 들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한국당과의 대화에 나서면서 여야정 협의체 복원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정 협의체 복원을 위해 한국당과 이야기를 시작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우리 당 원내수석부대표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수석이 결정되면 실무적이고 일상적인 (대야) 채널이 보강돼 더 빠르고 신속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도 내용과 형식을 모두 문제 삼고 있다.
우선 대북 식량 문제만 회담 테이블 위에 올라서는 안되며 주요 쟁점 현안을 두루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경북 영천의 과수농가를 방문했다가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식량을 나눠주는 문제만 이야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대통령과 여야 대표회담은 해야 할 일이고, 또 하겠지만, 의제가 합당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 전반에 현안들이 많다"며 "패스트트랙 등 잘못된 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면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여야 5당이 참여해온 여야정 협의체의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협의체는 사실상 '범여권 협의체'로, 교섭단체인 3당만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 및 북핵외교안보특위 연석회의에서 "소통했다고 변명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한 생색내기용 여야정 협의체는 안된다"며 "행정부와 입법부의 의견을 나누고 이견을 조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제가 수차례에 걸쳐 제1야당을 제1야당으로 인정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요구했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말하는 협의체는 한국당을 들러리로 세우는 5당 협의체, 범여권협의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국당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바른미래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회 파행사태를 풀기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가동은 바른미래당이 누누이 주장해왔던 것"이라며 "한국당의 협의체 참여를 위해 특히 여당인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의체가 그동안 유명무실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철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여야정 협의체가 그동안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는데도 대통령은 급할 때만 협의체 얘기를 꺼내고 있다"며 "대통령은 국회 무시, 야당 무시 태도부터 바꾸고 대치 정국을 푸는 데 전면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섭단체가 아닌 평화당과 정의당은 한국당이 주장하는 '3당 참여 여야정 협의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민생문제에 대한 '쓴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려면 지난해 협의체 회의처럼 평화당과 정의당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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